주택 공급확대 ‘폭망각’… 장관도 없고 신뢰는 추락

입력 2021-03-14 09:02 수정 2021-03-14 11:25
공급 주도 역할 LH는 쑥대밭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수요 억제 급부상 우려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으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스텝이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줄곧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펴다 ‘공공 디벨로퍼’인 변 장관 기용을 계기로 공급 확대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러나 ‘전국 83만 가구, 서울 32만 가구’의 메가톤급 2·4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LH 직원 사전 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변 장관은 석 달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됐다. 첫 삽을 뜨기는커녕 근거법령 제정만 해놓고 변 장관이 떠나게 되면서 그가 설계한 대책이 향후 순조롭게 진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서울 25개 자치구 중 사업 여건이 우수한 후보지를 발표키로 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4 대책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물론 정부 안팎에서도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도시규제나 주민 갈등 등으로 공급이 지연된 지역 개발을 공공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게 ‘변창흠 표 공공개발’의 핵심이었는데 변 장관이 떠나면 막상 사업 시행과정에서 불거질 난관을 극복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변 장관의 교체를 예상한다. 그러나 변 장관 후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 물색조차 당장 녹록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임기 말인 데다 다주택 여부는 물론 토지 보유 여부까지 검증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후보자 물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4 대책의 핵심 집행부 역할인 LH는 신도시 투기 논란으로 사실상 ‘쑥대밭’이 돼버렸다. 사장이던 변 장관의 국토부 장관 지명 이후 석 달이 지났지만, 후임 사장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현 LH의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적격자가 없다”며 LH 임원추천위원회에 사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 수술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LH가 주택과 토지, 도시재생 등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관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기 논란으로 LH에 대한 민간의 신뢰가 떨어진 점도 걸림돌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공공 중심 공급 대책이 타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토지주 3분의 2가 동의해야 공공에 맡길 수 있는데 어느 국민이 LH를 신뢰해서 맡기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또다시 수요 억제 기조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