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음식이 아니지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국내 1호 김치 소믈리에로 유명한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네티즌을 경악케 한 ‘중국 배추절임’ 영상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40년 세월을 쏟아 김치를 연구해온 그에게는 구정물에 절여져 녹슨 굴삭기로 퍼 올려지는 배추가 식재료라는 사실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중국 관세당국인 해관총서는 지난 11일 문제의 영상에 대해 “해당 배추는 수출용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가 아니다. 특수한 사건으로 보이며 중국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영상 속 매립 방식이 현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오염된 배추가 식재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돼 해명은 도리어 역풍을 맞고 있다. 충격적인 장면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는 ‘중국산 음식 주의보’가 내려졌다. “앞으로 중국산 음식을 마음놓고 못 먹을 것 같다” “반찬뿐만 아니라 음식에 들어간 고춧가루도 불안하다” “원산지 표기도 100%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양 이사장은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먹은 중국산 김치가 저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또 이로 인해 억울함을 표하는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 업주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고 안타까워하며 “모든 중국산 김치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현지 김치 공장을 방문한 적 있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제대로 된 공정을 거치는 양심적인 업체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식 규격을 갖춘 공장이라고 해도 국산 김치를 따라올 수 없다며 “신선도뿐만 아니라 맛과 효능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국산과 중국산을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은 양념의 색깔이다. 중국산 김치는 상대적으로 검붉고 탁한 색깔의 양념 건더기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풍부한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상큼하고 톡 쏘는 시원한 맛 역시 중국산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과 일부 전문가의 억지 주장에서 시작된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양 이사장은 “김치 문화가 우리 것이라는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 원조를 주장한다고 해도 결코 그들 것이 될 수 없다”며 “자국의 상업성을 어필하고 외국인들에게 ‘김치가 중국 것이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중국발 김치 이슈가 계속될수록 우리는 국산 김치를 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장철에 볼 수 있는 품앗이 문화는 김치가 세계의 인정을 받는 데 가장 큰 매력 요소였다. 중국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장점”이라며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을 무조건 선호하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우리의 음식을 먼저 찾아 먹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문제의 ‘중국 배추 절임법’ 영상을 보셨나
“봤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절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40여 년간 김치에 대한 애정으로 연구를 해온 사람으로서 속상하고 화도 나더라.”
-중국 측이 ‘수출용 김치가 아닌 중국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라는 해명을 내놨다
“중국 국민이 먹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거다. 만든 사람이라 한들 그걸 먹을 수 있겠나. 먹거리라며 만들고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모든 중국산 김치가 그렇게 만들어지진 않을 텐데, 보통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나
“그렇다. 영상을 보면서 억울해하는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 업주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런 자극적인 장면이 노출되면 사람들은 ‘중국 김치는 100% 저렇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김치 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다. 특이했던 건 한국인이 현지에서 김치를 만들어 역수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거다. 영상에 등장하는 방법이 아닌 제대로 된 공정을 거치는 양심적인 업체들이 많다. 또 우리나라의 해썹(HACCP) 같은 인증 제도가 중국에도 있다.”
-아무리 규격을 갖춘 공장이라고 해도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 김치와 국산 김치의 차이는 있을텐데
“솔직히 우리 것과는 효능이나 맛 그 어느 부분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 일단 유통과정에서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신선도 차이가 엄청나다. 5대 양념(고추·마늘·생강·파·젓갈) 같은 기본 재료를 똑같이 사용하지만 그것 역시 A, B, C급의 맛과 위생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국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나
“맛 차이가 분명하다. 우리 김치는 유산균이 매우 풍부해 상큼하고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난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에서는 그런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또 시각적으로 봤을 때 중국산 김치는 상대적으로 검붉고 탁한 색깔의 양념 건더기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식당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국산 김치를 쓴다. 원가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중국산의 경우 10㎏을 1만원대에 판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쌀 때는 배추 한 포기를 사기에도 부족한 돈이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수입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어떻게 봤나
“김치 문화가 우리 한민족의 유전자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중국이 억지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그들 것이 될 순 없다. 아마 중국도 김치가 대한민국의 음식이라는 걸 알 거다. 그저 그런 주장을 펼침으로써 자국의 상업성을 어필하고, 김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김치가 중국 것이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기도 하는데, 반복되는 중국 측 도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생각과 뜻이다. 조금 싸다고 중국산을 선호하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신토불이 음식을 애용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해외에 나가 우리 음식을 대접해보면 실제로 가장 인기가 많은 게 김치다. 그만큼 우리나라 김치가 건강에 좋고 맛있다는 걸 세계인이 잘 알고 있다. 다른 걱정 없이 우리는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국산 김치를 사랑하면 된다.”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이유는 뭘까. 중국이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매력이 있을 텐데
“한국 김치가 인정받는 이유는 품앗이 문화에서 비롯되는 협동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들은 서로의 집에 가서 김장을 돕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과 정을 나눴다. 김치를 만드는 그 과정이 그야말로 하나의 장이었다. 세계인의 눈에도 김장 문화가 개인의 노동이 아닌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귀한 문화로 비친 거다. 거기에 유산균 등 영양가가 풍부한 건강 발효식품이라는 점도 금상첨화로 여겨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