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한 독거 노인이 백구를 키우세요. 이분이 갑자기 치매에 걸려서 개들을 전혀 돌볼 수 없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또 데려가지는 말라고 사정을 하시니…. 어떻게 하면 좋죠?”
반려동물은 하루하루를 보호자에게 의지합니다. 매끼 사료와 물, 잠깐의 산책, 심지어 새끼를 낳는 것까지 보호자의 선택에 따르지요. 보호자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면 동물은 순식간에 고아가 됩니다. 이미 시골에서는 노인의 건강 악화로 돌봄 위기에 놓인 동물이 늘고 있어요.
충남 당진의 직장인 정유진(40)씨는 매일 출근길 10여 곳의 노인 집에 들러 개들의 빈 밥그릇을 챙겨줍니다. 그런데 한 노인이 치매에 걸렸고 그 집 백구는 홀로 방치됩니다. 설상가상 7마리의 새끼를 낳아 총 8마리가 된 진돗개 가족. 그 곁을 지키는 정씨는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죠.
“예쁜아, 예쁜아” 쓰다듬던 할머니…불쑥 찾아온 치매
“80대 박모 할머니는 독거 노인이세요. 한 달에 두어 번 술주정뱅이 아들이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전부예요. 할머니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진돗개 암컷 한 마리를 데려와 ‘예쁜아, 예쁜아’ 부르며 의지하세요.”
할머니와 백구는 좁은 마루에서 서로 등을 기댄 채 하루를 보내곤 했어요. 잔잔했던 그 일상은 지난해 초 순식간에 무너졌어요. 할머니가 중증 치매에 걸린 겁니다.
할머니의 말과 행동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어요. 이웃이 말을 걸어도 “고마워요” “우리 예쁜이 어디 갔니”라고 반복할 뿐이었죠. 할머니는 진돗개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었고, 밥과 물그릇이 텅텅 비어있는 날이 점점 많아졌어요. 예쁜이는 근처 시장에 가서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다가 돌팔매와 발길질을 당했죠. 그 경험으로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예쁜이는 지난해 봄 5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새끼들이 마을을 떠돌다 유기견 보호소에 모두 잡혀갔다. 그때 예쁜이는 포획 차량을 뒤쫓으며 슬피 울었다”고 설명합니다. 저러다 또 새끼를 배면 어쩌나, 다들 혀를 끌끌 찼지요.
또 7마리 낳은 백구…이웃들이 나섰다
지난겨울, 예쁜이는 또다시 7마리의 새끼를 낳았어요. 아이고 저런…. 백구 가족은 이대로는 안락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 보다 못한 이웃 주민들이 8마리 구조에 나섰답니다.
“어미가 애 낳고서 뼈와 가죽만 남았었슈. 내가 돌본다고 이것저것 먹였제.”
“새끼들 엉덩이 커져서 기어 다니는디. 저것들 분양할 때가 됐어유.”
“벌써 사료도 씹어 먹어유. 아유 저것들 마중나오는 거 봐. 귀여워 죽것다”
“근데 어디서 왔어유? 보호소에서 왔어유?”
“아뇨. 저 여기 뒤에 중국집 해유. 원체 개를 좋아해서.”
“아이구 그러시구만. 나는 옆집 살아유.”
개를 싫어하는 이웃의 돌팔매에 당한 기억 때문일까요. 여덟 진돗개는 자꾸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마루 밑 구들장으로 숨어들었어요. 주민들은 사료와 간식으로 살살 꾀어서 한 마리씩 야금야금 구조했지요.
구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치매 노인의 아들이었어요. 만취한 아들이 삿대질하며 “이 개들 오늘 안에 치워라. 내가 갖다 버린다”고 윽박질렀어요. 주민들은 화가 났지만 진돗개들 생각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금방 좋은 데 보낼게유. 조금만 기다려유”라고 달랬답니다.
제보자 정씨는 바쁜 일과 중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떼지 못했어요. 진돗개 7남매의 입양·임시보호처(임보처)를 구한다는 글을 이곳저곳에 뿌리고 수백 건의 문의에 답장을 보냈지요. 부지런함의 결과일까요. 일곱 남매 모두 수도권, 세종시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어미도 새끼도 행복하길…7남매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진도 7남매 가운데 입양된 1마리를 제외한 6마리는 아늑한 임보처에서 자라고 있어요. 배변 실수를 해도 혼내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배워보자”며 축구장만큼 패드를 깔아주는 다정한 가정들이랍니다. 생후 3개월된 진도 7남매는 배변교육 및 예방접종 5차 중 4차까지 마쳤어요. 언제든 입양 갈 준비가 됐답니다.
어미 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할머니는 백구를 애타게 좋아하지만 돌볼 능력은 전혀 없는 상황. 이웃 주민들은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내놓았어요.
“할매가 저리도 아끼니 예쁜이는 할머니랑 살아야쥬. 중성화 수술 해주고 착용감이 편한 목줄을 채우렵니다. 밥과 물은 저희가 챙겨야겠죠.”
새끼 진돗개들은 시바견보다 조금 큰 11~14kg의 아담한 진돗개로 자랄 겁니다. 배변 실수를 하지 않고 피부병이나 관절질환이 없는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면 7남매를 바라봐주세요. 기사 하단에 입양 상담 링크를 넣었으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치매 할머니에게서 구조한 진도믹스 6남매의 가족을 찾습니다.
-생후 3개월. 체중 3~4kg.
-세종시 1마리, 나머지는 서울 및 김포시에서 임시보호
-중성화 x, 예방접종 4/5차까지 완료
-사람을 좋아하고 짖음이 거의 없음
-배변 훈련 완료. 앉아, 엎드려 등 행동교육 습득이 빠름
*6남매의 다양한 사진은 인스타그램 @yujin_liz_jun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양 신청 또한 해당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