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 ‘딸 사칭’ 보이스피싱 막은 똘똘한 고3

입력 2021-03-13 02:46
모르는 할머니를 도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고3학생들이 있어 미담이 되고 있다. 신정빈(18·경동고·왼쪽)군과 박정호(18·용산고)군은 11일 서울 성북구 삼성동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70대 할머니를 도와,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경찰로 안내했다. 박정호군제공뉴시스

70대 할머니가 딸을 사칭한 전화에 보이스피싱을 당하기 직전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12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74)는 전날 타지에 사는 딸의 전화번호로 “엄마, 나 휴대전화가 고장 났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뒤이어 온 메시지는 A씨의 주민등록증 앞·뒷면 사진과 신용카드 사진을 요구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어 전날 오후 1시쯤 성북구 삼선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A씨는 때마침 청소년증을 신청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들렀던 신정빈(18·경동고)·박정호(18·용문고) 군을 발견해 문자메시지를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두 학생은 문자메시지를 읽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A씨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신군이 A씨의 이전 문자메시지 내역을 살펴봤고 앞서 주민등록증 사진과 신용카드 사진 등을 요구한 내용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다.

신군과 박군은 A씨에게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경찰서로 갈 것을 제안하고, A씨를 직접 서울 성북경찰서까지 안내했다. 또 가는 길에 A씨의 신용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바꾸는 과정도 도왔다.

박군은 뉴시스에 “혹시 할머니 따님이 진짜 휴대전화를 분실하셨나 생각했는데 가장 처음 왔던 문자에 ‘웹(Web) 발신’ 표시가 있더라”며 “보이스피싱 일당이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수 있겠구나 싶어 할머니께 경찰서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A씨는 “학생들이 바쁜데도 경찰서에 데려다주고 불안하다며 밑에서 일 볼 때까지 기다려주더라”며 “정말 착한 학생들이다. 고맙다”고 말했다. 박군과 신군은 “할머니가 돈을 잃지 않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