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30·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한 홀에서만 8타를 잃는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안병훈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17번 홀 경기 도중 8타를 잃는 ‘옥튜플(Octuple) 보기’를 범하며 11타를 기록했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11타는 역대 이 홀 최다 타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5년 밥 트웨이의 12타에서 한 타 모자란다.
17번 홀은 그린이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홀’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대표하는 홀이기도 하다. 안병훈은 티샷부터 그린을 비껴갔다. 티샷이 물에 빠진 뒤 드롭 존에서도 3차례나 더 물에 빠뜨렸다. 그린을 지나치거나 그린에 오른 후에도 굴러서 물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9타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린 안병훈은 퍼트 두 번을 더한 후에야 겨우 17번 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안병훈은 17번 홀에서의 부진 등으로 이날 11오버파 83타(공동 150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1~16번 홀까지 1오버파를 기록 중이었던 그는 17번 홀에서의 부진이 씻기지 않은 듯 18번 홀에서도 2타를 더 잃었다. PGA 투어는 이날 17번 홀에서 35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 라운드에서 물에 빠진 기록만 따지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2007년 1라운드에서 50개가 1위였다.
경기 후 안병훈은 골프채널이 SNS에 자신의 경기 영상과 ‘17번 홀에서 11타를 칠 것 같은 친구를 태그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공유하며 쓰린 속을 달랬다. 그는 이어 “우린 모두 인생에서 나쁜 날들을 겪는다. 그리고 계속 나아가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하지만 17번 홀의 티샷은 끔찍했다”고 적었다.
17번 홀이 괴롭힌 건 안병훈만이 아니었다. 재미교포인 케빈 나(38)도 같은 홀에서 5타를 잃었다. 9오버파 81타를 기록한 케빈 나는 이후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반면 임성재(23)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고, 애덤 스콧(48)도 아쉽게 홀인원을 살짝 비켜간 후 한 타를 줄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