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몰수’ 등 초강력 대책 예고…허점도 수두룩

입력 2021-03-12 16:16 수정 2021-03-12 16:34

정부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사전 투기 의혹에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초강력 재발방지책을 예고하고 있다.

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부당 이득에 대해 최대 부동산 몰수까지 적용하는 것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계기관 직원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의 전제조건인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는지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고, 차명 거래를 방지할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 조사 수행, 투기 근절방안,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구체적인 재발방지책 청사진은 국토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담겨 있다. 우선 업무 관련성이 없거나 민간인이라도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투기에 가담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 범위가 확대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역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얻은 부당 이득을 최대 5배 환수하도록 하고 때에 따라 몰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부당이득의 규모가 50억원을 넘기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아울러 토지개발과 주택건설 부서 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LH의 경우 전 직원의 부동산거래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이런 재발방지책에 허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법조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우선 정부의 처벌 규정은 모두 ‘미공개 정보 활용’이 확인됐을 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SNS로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물증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실제 재판에서 유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서법률사무소 정인국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다루는 사람으로부터 정보가 여러 단계를 거치거나 구두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수사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활용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토지·주택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계존·비속의 경우 고지를 거부할 수도 있고, 형제나 친·인척, 친구, 법인 명의로 하는 차명 거래를 막는 데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의 투기 방지에만 매몰돼 땅 투기에 자주 활용되는 ‘지분 쪼개기’ 같은 꼼수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목 변경만 하지 않으면 토지 분할이 너무 쉽게 이뤄지다 보니 최근 LH 직원들처럼 보상을 노린 지분 쪼개기나 기획부동산 등이 횡행했던 것”이라며 “실수요가 아닐 때는 필지분할하는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