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살아있는 권력에 치외법권 만들어 주는 것”…‘검수완박’ 비판

입력 2021-03-12 15:46

현직 부장검사가 “살아 있는 권력자에게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 줄 우려가 있다”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및 자유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과 책무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글에서 “단순히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거나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형사법 집행의 전체적인 구조가 수사와 공판이 유리되는 시스템이 된다는데 심각성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판 대응을 위한 필수적 권한인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소추권자가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살아 있는 권력자의 부정부패와 범죄에 대한 공판 대응 역량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수사와 공판을 분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그동안의 공판 경험에 비춰 반박했다. 강 부장검사는 “살아있는 권력자의 부정부패는 수사 개시 단계부터 공판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사건을 장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정에서의 실체 진실 규명과 정의 실현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임진왜란의 전장상황에 빗댔다. 강 부장검사는 “오늘날 살아있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는 30만에 가까운 대군으로 조선을 침략하려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대와 비견할 만한 것”이라며 “원균이 준비한 전함만으로 이순신이 전장에 나가야 하거나, 이순신이 마련한 전함을 원균으로 하여금 운용하게 해야만 하는 시스템(수사와 공판 유리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해외 사례를 들어 형사법집행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났다. 강 부장검사는 터키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사례를 소개하면서 “당시 터키 대통령은 그 수사를 ‘사법 쿠데타’라며 공개 비난했고,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했다”며 “결국 터키 수사기관은 기소를 단념했고, 후일 미국에서 사건 관련자가 기소되는 일이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터키 사례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 및 그 과정에서 표출된 일부 정치권의 대응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강 부장검사는 글을 마치면서 “힘 있는 자가 제안한 개혁 방안에 문제제기를 하는 자는 모두 반개혁이라고 하는 ‘답정너’ 식의 추진은 아니어야 (한다)”며 “좋은 방향의 개선은 ‘개혁’, 부정적 영향이 더 큰 부분은 ‘개악’이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형사법집행기관 개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