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 입학은 인생 최대의 이벤트로 여겨집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재수에 삼수를 거듭하는 학생들도 많을 텐데요. 어느덧 봄을 맞아 대부분의 대학교가 개강한 와중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을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동생이 명문대에 입학한 척 모두를 속였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고민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본인 집에 정말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말문을 열었는데요.
글쓴이의 동생은 지난해 유명 재수학원에서 재수를 했다고 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부모님은 무리해 동생을 학원에 보냈습니다. 그 덕분이었을까요. 동생은 수능 때 성균관대학교 장학생으로 합격할 성적을 받아 온 가족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수능 정시 발표가 나던 날 동생은 성대 합격증을 온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온라인으로 입학식과 신입생 오티를 한다며 용돈을 타기도 하고, 수강신청을 하거나 학과 동기들과 만난다는 등의 이유로 외출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동생의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연을 올리기 하루 전, 동생이 글쓴이의 방으로 찾아와 울면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죠.
글쓴이의 동생은 사실 성대는커녕 어떤 대학에도 합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능 당일 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학의 하위과에 겨우 합격할 성적을 받았고, 사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가족들을 속인 것이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사실에 글쓴이는 재차 물었습니다. 글쓴이의 동생은 집으로 여러 전공책을 주문하기도 하고 등록금과 예치금, 입학금을 받아가 본인이 내겠다 말하기도 했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며 교수님의 수업이 늦게 끝난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글쓴이의 동생은 ‘가족들이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대학 강의는 사실 유튜브에서 강의 영상을 검색해 틀어둔 것이었고 성대 합격증이나 등록금 납부 확인 문자는 모두 인터넷 수능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가져왔다고 말이죠. 꼬리에 꼬리를 문 거짓말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은 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글쓴이가 묻자 “영어를 잘하니 편입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는데요.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편입도 현역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거다”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겠냐”라고 옹호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펼쳤습니다.
가족들 기대를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차례 실패를 거친 재수생이라면 두번째 실패를 고백하는 일이 더욱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괴로웠을 동생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합격증과 등록금 문자, 전공책 주문 같은 깨알 거짓말은 도를 넘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글쓴이의 동생 같은 가족을 뒀다면 어땠을까요. 여러분은 화를 냈을까요, 다독였을까요, 아니면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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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