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시모 돈을…” 며느리 오토바이 추격에 혼쭐난 피싱범

입력 2021-03-12 13:31
보이스피싱 일당 중국인 30대 남성이 피해주민의 통장을 가져가기 위해 우체통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KBS 뉴스 캡처

충북 보은의 한 시골 마을에서 80대 노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을 저지른 중국인이 며느리의 오토바이 추격전 끝에 검거됐다.

12일 KBS에 따르면 지난 9일 정오쯤 충북 보은에 거주하는 80대 윤모씨는 개인 정보가 유출돼 통장의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대문의 우체통에 예금 통장을 넣어뒀다.

피해 주민 윤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서에서 내가 제일 높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어머니 돈과 재산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통장을 대문 우체통에 넣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의 전화를 그대로 믿은 윤씨는 의심 없이 쌈짓돈 1300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우체통에 넣고 왔다. 1300만원은 수년 동안 자식이 준 용돈, 기초노령연금, 노인 일자리를 통해서 모은 말 그대로 ‘쌈짓돈’이었다.

보이스피싱 전화 받고 의심의 여지 없이 1300만원이 든 통장을 우체통에 넣는 80대 어르신. KBS 뉴스 캡처

윤씨의 통화를 이상하게 여긴 며느리 김모(51)씨는 이후 수상한 남성이 우체통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을 발견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한 김씨는 곧바로 125cc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KBS에 따르면 논과 논 사이 좁은 시멘트 도로를 500m가량 추격한 끝에 김씨는 도망가던 A씨(중국인·30대)를 붙잡았다. 이후 검거까지 과정은 한편의 가족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범인을 쫓느라 미처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던 김씨는 “112 신고했다. 통장을 내놓으라”고 거짓말을 한 뒤 먼저 통장부터 받아 챙기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러고는 범인의 가방과 목덜미를 꽉 잡았다.

다시 2차 도주를 시도한 A씨는 김씨 손을 벗어나는데는 성공했지만 5분 만에 다시 잡혔다고 한다. 때마침 도주로 반대편에서 대형 트랙터를 몰고 달려오던 김씨의 남편과 뒤쪽에서 화물차를 끌고 온 친척이 도주로를 막아 합세한 결과였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A씨는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