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기로 결정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이첩 받은 사건의 처리방향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검사 연루 부분을 지난 3일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현직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규정한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직접 수사와 검찰 재이첩,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이첩 등 세 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심해왔다.
김 처장은 세 가지 카드 중 재이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선 직접 수사가 어려웠던 이유로는 현실적인 수사여건을 들었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단계로 아직 조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김 처장은 “사건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며 “하지만 검사와 수사관 선발에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이첩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현실적 수사 여건, 검찰과의 관계 하에서의 그동안의 사건처리 관행 등을 고려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사는 공정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 3~4주를 소요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고 하는 것이 자칫 공수처 수사에 대해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이로 인해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수사 인력을 파견받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공수처법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처장은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이 사건과 같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공수처제도의 취지나 공수처법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수사처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심 끝에 수사처가 구성될 때까지 이 사건을 검찰 수사팀에 다시 이첩하여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