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마약을 구매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40대 교포가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한 증거 수집 과정이었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1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의 마약수사를 돕기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파이스를 매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년 10월 경찰에 주변 외국인들의 마약 거래를 제보했다. 담당 경찰관은 통역인을 통해 A씨에게 “제보만으로는 명확한 조사가 어려우니 가능하면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역인은 A씨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A씨는 통역인에게 “그쪽에 잠입해 약물을 구입해보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실제로 5만원 어치의 스파이스를 구입했다. 스파이스 사진을 찍은 뒤 통역인을 통해 경찰관에게 보냈고, 스파이스는 변기에 넣어 폐기했다.
그는 이후 경찰에 출석해 외국인들의 마약 매매 실태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씨의 제보와 수사협조 덕에 경찰은 마약사범 8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죄 증거수집을 위해 스파이스를 매매했더라도 수사기관의 위임을 받지 않고 한 이상 범행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증거를 확보하려 했을 뿐이고 스파이스도 곧바로 폐기했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의 소변과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도 않았다.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마약류 매수 직전에 관련 사실을 통역인에게 보고하는 등 수사기관의 구체적인 위임과 지시를 받아 스파이스를 매수하는 것으로 인식한 듯 보인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본인의 투약 목적이었다면 마약을 매수하고 사진을 찍어 경찰에게 전송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