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LH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LH’와 한글 ‘내’의 표기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 게시물들은 유명 TV 프로그램, 동화책, 유행어 등에 LH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네티즌은 ‘LH로남불’, ‘LH땅LH산’, ‘LH부자들’ 등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며 LH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다 내꺼야’라는 아동용 도서 제목을 ‘다 LH꺼야’로 편집해 큰 호응을 받았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로고를 ‘LH 혼자 산다’로 바꾼 패러디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땅따먹기 보드게임인 ‘부루마블’을 변형해 경기 광명시, 시흥시, 과천시 등 신도시 예정지를 차지하는 ‘LH 모두의 마블’ 합성 사진도 등장했다.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묘목을 심은 ‘꼼수’를 비판하기 위해 밀레의 작품 ‘이삭줍기’를 ‘묘목 심기’로 바꾼 합성 사진도 올라왔다.
LH에 다닌다는 남성의 말에 여성이 바로 구애를 받아주는 영화 패러디도 등장했다. 여성이 “그 남자는 차도 있고 집도 있어. 너는?”이라고 묻자 남성은 “난 LH 다녀”라고 답한다. 이후 두 사람은 스킨십을 나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와 관련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한 이용자가 ‘LH에 입사하겠냐 연봉 1억 원대 대기업에 입사하겠냐’고 묻자 응답자의 약 90%가 ‘LH’를 꼽았다.
그러자 ‘LH vs 의사, 이정도는 되어야 밸런스가 맞나’라는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이 역시 응답자의 약 90%가 ‘LH’를 선택했다.
‘LH직원 vs 강남 3층 상가 건물주, 누가 더 낫냐’라는 주제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투표에 참여한 149명 중 81명이 ‘LH직원’을 택했다.
한 공무원이 ‘LH 공채 합격과 행정고시 합격 중 뭐가 더 낫냐’며 올린 투표 글에선 참가자 114명 중 90%가 LH 합격을 골랐다.
‘2021년 신(新) 직업등급표’도 등장했다. 등급표에서 1~5등급 직업 모두에 LH직원이 포함돼 있다. 내부정보를 투기에 활용해 돈을 불릴 수 있는 LH 직원이 상위권 직업으로 올라섰다고 풍자한 것이다.
이같은 패러디와 풍자에 누리꾼들은 “우리나라는 역시 해학의 민족이네. 근데 왜 눈물이 나냐”, “웃프다(웃기다+슬프다 합성어)는 게 뭔지 제대로 알려주네”,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섰다고 할 정도로 허탈하다” “다음 생엔 LH에 취업해 부자가 되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