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에서 ‘반미라’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가 기존에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40대 여성 A씨(구속)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를 체포하면서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略取)’ 혐의를 적용했다. 아기를 바꿔치기했다는 뜻이다. A씨가 친모라면,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를 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B씨(22)는 아이의 친모가 아니라 언니가 되는 셈이다.
‘외할머니가 알고 보니 친모였다’는 충격 반전으로 여러 의문이 새롭게 제기됐다. 우선 ‘친부가 누구냐’는 의문이다. B씨가 친모로 알려졌을 때 친부는 당연히 B씨와 지난해 이혼한 전 남편으로 여겨졌다. B씨 또한 여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실시한 DNA 검사 결과 B씨와 B씨의 전 남편은 친부모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 주변 남성들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아이 바꿔치기가 A씨와 딸인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경찰의 추정이 사실일 경우 B씨가 낳은 자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의문이다. A씨가 자신의 딸을 B씨의 딸, 즉 자신의 손녀로 둔갑시켰다면 B씨가 낳은 자식의 행방이 불분명해진다. 경찰은 B씨가 낳은 자식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씨가 경찰 조사와는 달리 “나는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DNA 검사 자체가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앞서 A씨는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숨진 여아는) 내 딸(B씨)이 낳은 딸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도 DNA 검사가 틀리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 전말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A씨가 B씨 모르게 딸을 바꿔치기 했다”는 경찰의 추정이 가장 신빙성이 높다. 딸과 출산 시기가 엇비슷했던 A씨가 임신·출산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B씨 출산 이후 자신이 낳은 딸을 B씨의 딸로 둔갑시켜 모두를 속였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남편도 A씨의 임신이나 출산 사실을 알지 못했다. B씨도 숨진 여아가 A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A씨가 B씨 모르게 여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바꿔치기했는지 의문이다. B씨가 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 생활도 했다는 점에서 아기를 바꿔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어느 정도 얼굴이 익은 뒤에는 자식을 바꿔치기할 경우 이를 눈치채기 쉽다는 점에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숨진 여아가 A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B씨가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하는 등 A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할 수 없는 진술들을 했다. B씨의 전 남편도 숨진 여아가 친딸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B씨가 애초에 자식을 낳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A씨와 B씨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이를 알면서도 함구해야 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