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큰 공분이 인 데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LH 소속 회원의 적반하장식 망언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차 조사를 통해 일부 임직원의 투기 의심 사례가 확인되고 있지만, 이런 사태에 분노하는 국민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LH측은 글쓴이가 LH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런 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된 글은 모두 익명으로 활동 가능한 직장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LH 소속으로 분류된 회원이 작성이 것이다. 블라인드는 소속 직장의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LH로 찍힌 회원을 LH임직원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땅 투기 의혹 이후 블라인드에 LH 소속으로 올라오는 회원의 글은 삽시간에 여러 커뮤니티에 퍼졌다. ‘LH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 ‘영끌하면서 얻어 걸린 걸 수도 있는데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진다’ 등 조롱도 모두 LH의 이메일로 가입한 회원의 글이었다.
‘공부를 못해 LH에 못 와놓고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냐’는 식의 글도 올라왔다. LH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올린 뒤 ‘높은 층에서 근무해 시위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는 식으로 비웃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창도 있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들이 퍼지자 LH측은 이런 글들의 작성자가 LH 임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10일 낸 보도 참고문에서 “블라인드 운영 구조상 현직 외에도 파면· 해임· 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될 수 있다”며 게시글 작성자는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글을 포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그 결과 국민 분노와 박탈감을 더욱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H 임직원은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게시글 작성자는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 임직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블라인드 글에 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확인이 됐다”며 “참으로 온당치 않은 행태이며 책임을 묻고 또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직자의 품격을 손상시키고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행태는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며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 토지거래를 조사해 11일 발표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3기 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의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20명은 모두 LH 직원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