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맹탕 조사…사람 아닌 거래 추적하라” 전문가 조언

입력 2021-03-11 18:14

정부 합동조사단이 11일 발표한 3기 신도시 지구 및 인접 지역 내 투기 조사 결과는 조사 방침 당시의 결기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의 배우자·직계존비속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에 대한 2차 조사가 아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역시나 맹탕이었다” “이 정도 조사 결과를 보이려고 그 요란법석을 피웠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조사 대상을 3기 신도시 주변과 국회 등 다른 기관으로 확대하고, 조사의 무게 중심을 사람에서 거래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짜 고수들은 신도시 안보다는 주변의 땅을 샀을 것”이라며 “신도시 부지 안과 인접 지역 일부만 조사해서는 실제 투기에 가담한 사람들을 제대로 잡아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토지가 신도시로 지정되면 시가가 아닌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매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신도시로 지정되지 않은 인접 지역은 개발 기대 등에 힘입어 막대한 지가 상승과 함께 감정가격이 아닌 시가로 토지를 거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정부는 뒤늦게 신도시 인접·연접지역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인접 지역의 구체적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개발 공기업, 지자체 등으로 한정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 원장은 “신도시 조성 과정에는 국토부, LH뿐 아니라 총리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상임위 의원 등 국회 역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이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전 의원이 LH 직원 등을 통해 입수한 신규택지 개발계획을 언론에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국회에서 현역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 추진 목소리가 나왔지만, 3기 신도시 지정이 주로 20대 국회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직 의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사의 무게 중심을 사람에서 거래로 옮겨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소유주를 중심으로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조사하는 수준으로는 친구나 동창 명의를 빌려서 산 차명 거래를 잡아내기 어렵다”며 “신도시 지정 1~2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거래된 내역 위주로 같이 조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