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5개월 만에 재개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서 “검찰 수사의 무리함과 피고인들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월 예정됐던 이 부회장의 공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일이 연기되면서 5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각각 공소사실과 변론 요지를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변론 말미에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나아가 법리 측면에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피고인들에게는 반박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충분하다”며 “수사과정만 봐도 근거가 없는 발언이 아니다”고 무죄를 자신했다.
이 부회장 측은 구체적으로 “수년에 걸쳐 압수수색만 수십 차례 이뤄졌고, 계열사 임직원의 소환조사만 400회 이상이었다.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소환조사 횟수는 800회 이상”이라며 검찰 수사가 일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검찰의 전력을 다한 수사에도 두 차례 구속영장은 다 기각됐다”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압도적인 다수가 불기소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은 “지금까지는 수사 대상으로 검찰 수사에 수동적으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대등한 당사자 입장에서 검찰 수사의 무리함과 피고인들의 무고함을 밝히고자 한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22만쪽에 이르는 엄청난 수사기록을 일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며 “피고인들이 변론할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 이재용과 미래전략실이 삼성그룹 지배권의 승계를 목표로 계열사를 총동원해 벌인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중종 전 전략팀장 등 1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