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냉장고 이상·관리 부주의 등으로 적정 보관온도를 벗어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85명분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론적인 접종기관 관리 강화 방안 외에 새로운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대규모 접종의 특성상 손실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폐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방문접종팀 확대 운영 등 손실 최소화 전략을 제안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7개 의료기관 총 770회분(385명분)의 백신에 대해 사용을 중지했고 회수할 예정”이라며 “위탁의료기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해당 물량이 냉장고, 온도계 등 장비 이상과 온도 설정 등의 관리 부주의로 적정 보관온도인 2~8도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우려할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접종된 물량에 비해 손실분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만, 수십만회분이 폐기됐다면 몰라도 지금 정도의 폐기는 접종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설에서 단기간에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불가피한 손실이라고도 했다. 요양병원이나 소규모 위탁의료기관에 대형병원 수준의 백신 관리를 기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엄밀히 따지면 전용 냉장고나 모니터링 장비를 갖추지 않은 기관에는 백신을 주지 않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접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한 시설에 징계성 조치를 주는 것에는 반대했다. 접종기관들이 불이익을 피하려 제대로 온도 이탈 사실을 보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충실히 모니터링한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도 온도 일탈 사태가 발생한 기관에 불이익을 부과할 근거는 없다고 전날 밝혔다. 대신 사전 점검을 통해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관리 부실이 드러난 기관에 대해서는 백신을 공급하지 않고 담당 보건소로 그 물량을 돌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접종 대신 피해 최소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양병원 등지의 접종에 방문접종팀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노출 온도와 시간 등을 조사해서 적정 보관조건에서 벗어난 백신은 과감히 폐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 불안과 안전성 논란을 줄이려면 콜드체인이 깨졌을 때 분명한 대응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