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까지 소환한 윤석열 바람…오세훈·안철수도 구애

입력 2021-03-11 17:29

“제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이 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 한 것으로 오해를 받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부터 비례대표 후보 제안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정권 심장부를 겨눈 수사나 외압 폭로가 정치 입문을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응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시는 윤 전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폭로한 뒤 한직에 머물던 때였다.

그런데 차기 대권 구도를 흔든 윤 전 총장의 등장은 5년 전 에피소드뿐 아니라 최근 범여권의 ‘올드보이’들까지 소환했다. 동교동계 원로 정대철 전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와 함께 윤 전 총장을 만나 영입을 제안했었다”며 “당시 윤 전 총장이 ‘검사로서는 순수치 못한 행동’이라고 말하면서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정치감각이 보통이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과의 회동설이 불거졌던 정 전 의원은 최근 그를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좌천됐던 윤 전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힘을 쓴 인연이 있다. 김 전 대표가 그의 정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윤 전 총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침묵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물리적인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직을 던진 직후 현실 정치에 발을 딛는 것처럼 비치는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의 러브콜은 뜨겁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직접은 아니지만, (윤 전 총장과)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 앞으로 뜻을 모아 함께 할 일이 참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도 “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에게)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새로운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며 “옳은 길을 가는 중도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윤 전 총장의 행보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의 보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는 기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을 최근 열었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9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지사 25%, 윤 전 총장 2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2%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3월 첫째 주 조사 때에 비해 15%포인트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