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직원, 처벌·부당이익 환수 어렵다” 민변 개탄

입력 2021-03-11 17:17 수정 2021-03-11 18:10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토론회를 열고 이번 사태로 인해 드러난 입법 공백을 비판했다.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어도 형사처벌과 투기이익 환수에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변은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의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강훈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처벌하는 규정에 허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거나 이용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변호사는 “규정 자체로만 보면 업무 처리와 관계없이 정보를 알게 된 경우 처벌이 어렵다”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이) 신도시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빠져나갈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 정보를 받아 부동산 거래를 한 제3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도 논란이 됐다. 현행법상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만 받은 사람은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처벌 수위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이익을 봤을 때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야 하는데, 업무 중 알게 된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 거래를 했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변호사는 “공무원이 공무상 비밀에 가까운 행위들을 누설하거나 그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행위를 했는데 민간인의 주식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보다 형량이 더 낮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부동산 투기 이익 환수를 위한 사각지대 개선이 제시됐다. 현행법으로는 이익에 대한 몰수·추징은 가능하지만 회피한 손실은 환수가 어렵다. 예컨대 공무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팔아 손해를 줄였다면 회피한 손실분은 환수가 힘들다는 뜻이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가담자 색출에 그치지 않는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력한 처벌 규정 뿐 아니라 이해충돌방지법의 입법, 투기이익 환수장치 강화 등 종합적인 개선안이 제시됐다. 박현근 변호사는 “1기와 2기 신도시 개발 당시에도 투기 가담자 색출에는 뜨거웠지만 제도로 뒷받침하는 데는 철저하지 못했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면 이런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