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다. 11일(현지시간)부터 NYSE에서 거래되며 공모가격 주당 35달러로 정해졌다. 공모는 오는 15일 종료된다. 미 증시에 상장된 아시아 기업 가운데 5번째로 큰 규모다.
쿠팡은 1억3000만주(클래스A 보통주) 매도를 위한 기업공개 신고서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유효 승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공모가 기준으로 산정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99조7000억원)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3위인 LG화학의 시총은 66조3000억원, 4위인 네이버는 61조3000억원 정도다.
쿠팡이 1억3000만주를 공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달금액은 45억5000달러(약 5조1500억원)에 이른다. 상장으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된 쿠팡은 증권신고서에 밝혔듯이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3% 정도로 네이버(17%)에 이어 2위다.
쿠팡은 현재 새벽배송인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 70%에서 100%로 확대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을 것으로 보인다. 풀필먼트(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 처리) 물류센터를 지방까지 촘촘하게 세워 배송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택배사업자 자격을 얻은 쿠팡은 물류센터를 활용해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제트배송)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41억달러(4조6700억원)에 이르는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영업이익을 달성해야 하는 단기 과제가 생겼다. 적자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쿠팡은 흑자 전환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흑자 전환이 다급해지면 소비자 편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류센터 직원이나 배송기사의 강도 높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쿠팡은 고강도 노동에 따른 사망자 발생, 지난해 물류센터 등에서 대거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문제 등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상장한 회사인 만큼 기업윤리와 책임 경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김범석 쿠팡 의장은 상장에 성공해 약 7조원에 이르는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일반 주식의 29배)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고, 상장 후 76.7%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 가운데 김 의장 지분은 10.2%로 공모가 35달러를 적용하면 보유 지분 가치는 60억9300만달러에 이른다. 쿠팡에 33%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의 지분 가치는 197억7200만달러(22조4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