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주일 아시아 외교’ 스타트… 중국에 ‘동맹의 힘’ 시위

입력 2021-03-11 16:5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주일 외교전’에 돌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Quad) 정상회의와 국무·국방장관 한·일 순방으로 역내 동맹국과 공조를 다진 뒤 곧바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미국 단독으로 중국에 무차별 공세를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전의 첫 일정은 쿼드 정상회의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쿼드 4개 회원국 정상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2일 화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회의에선 코로나19 대처와 경제협력·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와 중국·북핵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쿼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7년 처음 제안한 이후 외교장관회의는 몇 차례 열렸지만 정상급 회의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10일 트위터에 쿼드 정상회의가 “역사적인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는 평화 유지와 공동 가치 보호, 번영 증진을 위해 인도·태평양 내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쿼드 정상회의 다음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이들은 16~17일 일본을 들른 이후 17∼1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서울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는다. 한·미는 북핵과 한·미·일 3각 협력 등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특히 두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한국의 ‘쿼드 플러스’ 가입 등 대중 공조 참여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원론적 수준에서라도 발신할지 주목된다.

외교전의 클라이막스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이다.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대좌한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회담 참석을 위해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앵커리지로 날아갈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 등 미국의 각종 우려를 정면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중 고위급 회담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미·중 간 깊은 의견 차이가 있는 사안을 포함해 광범위한 이슈를 다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중 고위급 회담이 쿼드 정상회의와 국무·국방장관 한·일 순방 직후 개최된다는 사실을 함께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파트너들과 보조를 맞춰 접근할 것”이라며 “우리가 아시아·유럽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긴밀히 협의한 뒤 (미·중 고위급) 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