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대마초로 막는다?… 멕시코 대마초 합법화 이유

입력 2021-03-11 16:48 수정 2021-03-11 18:09

마약 카르텔 범죄로 신음하는 멕시코가 대마초 합법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료·연구 목적뿐만 아니라 기호용 대마초의 생산·판매·사용까지 전면 허가하는 것이다.

멕시코 하원은 10일(현지시간)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16표 대 반대 129표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모레나)’이 주도해 법안 통과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아직 상원 표결이 남았지만 상원도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우루과이,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 대마초 전면 합법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호용 대마초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 인구 1억2600만명의 멕시코는 세계 최대의 대마초 합법 시장이 된다고 BBC는 전했다.

대마초 합법화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핵심 정책이다. 멕시코 대법원이 2019년 기호용 대마초 금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여당인 모레나는 대마초 합법화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여당인 모레나에서 발의된 이번 법안에는 대마초 규제통제연구소를 두고 대마초 재배부터 가공, 판매, 연구, 수출입에 이르는 다섯가지 단계에 사업 면허를 발급해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마초와 그 파생상품을 생산, 유통, 소비할 수 있는 이는 18세 이상 성인으로 제한된다.

대마초 합법화는 악명 높은 마약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멕시코 사회의 역설적 자구책이다. 콜롬비아에 미국으로 이어지는 마약 유통 경로를 관할하던 ‘멕시코 카르텔(마약 밀매 범죄조직)’이 분화되면서 지난 몇 년간 멕시코 국경 지역은 카르텔 사이 충돌로 심각한 치안 위기를 겪었다. 최소 7개에 달하는 카르텔 간의 혈투에 애꿎은 일반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멕시코의 범죄학전문가 에두아르도 게레로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르텔에 피살된 사람은 최소 2만4807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68명꼴로 살해된 셈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모레나는 음지의 대마초 시장을 양성화해 국가 통제 하에 두면 마약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대마초 합법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도 늘릴 수 있어 멕시코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합법적 마약 시장이 탄생하는 만큼 대마초 관련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스튜어트 티투스 메디컬 마리화나 최고경영자(CEO)는 “멕시코 대마초의 대부분은 암시장이었고, 이로 인해 마약과의 전쟁은 큰 실패로 판명됐다”며 “올바른 해법은 대마 시장을 합법화해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마초 시장 양성화’가 카르텔 범죄를 척결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일부 주에서 활동하는 카르텔은 대마초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필로폰이나 펜타닐 등 수익성이 더 높은 다른 마약 사업에 뛰어들어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