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구속해 무차별적인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학생과 여성, 정치인도 고문을 당한 가운데 미국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가족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라와디는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날 구속된 2명의 시위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에 따르면 군부는 시위대 수십여명을 체포해 나체 상태로 만든 뒤 소총과 벨트, 쇠파이프, 쇠사슬 등으로 수 시간 동안 무차별적인 구타를 가했다.
폭행과 함께 심리적 압박도 가해졌다. 구속된 시위대는 고문을 당하는 동안 시위 구호와 혁명가를 부르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의 시위 재참여를 막기 위해 공포심을 주입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고교생과 여성 등도 있었지만 이들도 군부의 잔혹한 고문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한 여대생은 군인을 마주한 상태에서 목에 고무탄 2발을 직격당했지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수 시간 동안 구금당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소총 개머리판으로 후두부를 가격당해 두개골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군부는 시위대를 고문한 뒤 석방되며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또 “또다시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되면 당신은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라며 협박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이날 오후 양곤에서만 300여명의 시위대가 추가로 구금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11일 양곤과 중부 미야잉에서는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6명이 추가로 숨져 총 사망자가 60명을 넘어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날에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 조 미얏 린이 군부에 억류돼 고문을 받다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 6일 같은 이유로 사망한 킨 마웅 랏 NLD 당수에 이어 두 번째 야당 정치인의 사망이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네셔널은 11일 “미얀마 군정은 평화적 시위대와 행인들을 대상으로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치명적 전술과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치안 유지 활동’은 국제법 기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부의 잔혹성이 갈수록 짙어지자 미국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내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령관 일가가 보유한 기업체 6개도 함께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