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벗기고 쇠사슬로 구타”… 미얀마 군부 무차별 고문

입력 2021-03-11 16:39 수정 2021-03-11 18:07
미얀마 군정에 구금돼 고문당한 시위대의 부상 모습. 이라와디 캡처

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구속해 무차별적인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학생과 여성, 정치인도 고문을 당한 가운데 미국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가족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라와디는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날 구속된 2명의 시위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에 따르면 군부는 시위대 수십여명을 체포해 나체 상태로 만든 뒤 소총과 벨트, 쇠파이프, 쇠사슬 등으로 수 시간 동안 무차별적인 구타를 가했다.

폭행과 함께 심리적 압박도 가해졌다. 구속된 시위대는 고문을 당하는 동안 시위 구호와 혁명가를 부르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의 시위 재참여를 막기 위해 공포심을 주입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고교생과 여성 등도 있었지만 이들도 군부의 잔혹한 고문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한 여대생은 군인을 마주한 상태에서 목에 고무탄 2발을 직격당했지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수 시간 동안 구금당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소총 개머리판으로 후두부를 가격당해 두개골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군부는 시위대를 고문한 뒤 석방되며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또 “또다시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되면 당신은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라며 협박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이날 오후 양곤에서만 300여명의 시위대가 추가로 구금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11일 양곤과 중부 미야잉에서는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6명이 추가로 숨져 총 사망자가 60명을 넘어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날에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 조 미얏 린이 군부에 억류돼 고문을 받다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 6일 같은 이유로 사망한 킨 마웅 랏 NLD 당수에 이어 두 번째 야당 정치인의 사망이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네셔널은 11일 “미얀마 군정은 평화적 시위대와 행인들을 대상으로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치명적 전술과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치안 유지 활동’은 국제법 기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부의 잔혹성이 갈수록 짙어지자 미국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내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령관 일가가 보유한 기업체 6개도 함께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