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땅 투기?…공무원·공기업 직원 전수조사 착수

입력 2021-03-11 16:36 수정 2021-03-11 17:43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도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와 공공택지 일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 광명·시흥과 함께 신도시로 지정된 부산에서도 땅 투기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른 조처다.

부산시는 시 관련 부서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고 11일 밝혔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시는 관련 정보를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에 대한 조사만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감사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시 차원의 자체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단은 도시균형재생국·건축주택국·도시계획실 관련 부서 직원, 부산도시공사 전 직원과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토지 보유와 거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시는 조사 기간 해당 부서에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55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류제성 감사위원장이 연구개발특구 및 주변지역 투기여부조사계획을 밝히고 있다. 부산시

해당 지역 강서구청 관련 부서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같이 진행한다. 단 지역구 시의원이나 구의원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사대상 지역은 강서구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176만3000㎡), 공공택지(242만6000㎡), 그 주변 지역 일대로 총 11.67㎢(353만평) 규모다. 조사 기간은 대저동 공공택지 주민 공람공고 시점인 2021년 2월 24일 이전 5년간인 2016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다.

부산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업무상 취득한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고파는 위법 행위를 중점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거래법령 위반이나 의심 사례는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 조치한다. 조사단은 현재 조사대상을 특정한 뒤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에 응하지 않을 때도 경찰에 수사 의뢰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의혹 없는 조사를 위해 부산경찰청과 수사 지원과 법률 자문 등을 협의하고 정부 관계기관 합동조사단과도 긴밀히 협조할 방침이다. 시는 우선 감사실 직원10여명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추후 필요하다면 경찰을 비롯해 변호사, 세무사 등 외부위원을 위촉할 계획이다.

◇ 부산연구개발특구는…

2012년 11월부터 시작한 ‘부산연구개발특구 첨단복합지구 조성사업’은 정부의 김해신공항 확장 계획(2016년 6월)에 따른 후속 조치로 2016년 11월 사업지를 강동동에서 지금의 대저동으로 변경했다.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이래 올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를 통과했다.

또한 ‘부산연구개발특구 배후 주거 공공주택 조성사업’은 지난해 9월 부산시가 국토부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건의한 이래 올해 2월 5일 LH가 국토부에 해당 지구에 대한 공공주택지구 지정 제안을 건의하면서 2월 24일 정부가 지정했다.

연구개발특구 개발 사업은 부산도시공사(35%)와 LH(65%)가, 공공택지지구는 LH가 사업을 시행한다. 특구에는 첨단산업·연구·전시컨벤션·상업·업무시설 등이 들어선다. 배후부지에는 1만80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 공공택지 지정 전 토지거래 급증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저1동에는 92번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32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목이 도로인 경우가 34건으로, 이 중 29건이 여러 명이 한 필지를 사는 지분 거래였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의 흔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년 전 평당 60만~70만원 하던 논·밭의 거래가격은 최근 평당 150만~200만원으로 2.5~3배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해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공공택지 발표 직전 급증한 매매가 정상적인 거래인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철저한 수사로 엄중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전날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산선대위도 성명을 내고 대저 신도시에서 땅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를 신속히 조사하라고 부산시에 촉구한 바 있다.

부산경찰청은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 운영에 발맞춰 16명으로 구성된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부동산투기 사범 단속에 나선다. 특히 경찰은 국세청과 협업을 추진, 부동산 관련 정보를 공유해 수사키로 했다. 최익수 수사부장은 “부동산투기 신고센터를 설치해 신고자에게는 신고보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라며 “철저히 수사해 투기 사범을 엄단하고 범죄수익 추적을 통해 불법 이익은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감사위원회 역량을 총동원해 해당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드러난 위법·부당한 사항에는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