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PC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는 트럭시위를 주도한 총대 게이머(닉네임 ‘엔쵸군’)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넥슨을 상대로 한) 소송은 확정적”이라면서 “넥슨이 확률을 공개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로펌을 알아보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하기 때문에 빈틈없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개인적으로 소송을 준비하다가 우리쪽 소식을 듣고 함께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저희가 이렇게 단체 행동에 나선 건 게임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트럭 시위는 넥슨 사옥이 있는 판교와 게임법 개정안 이슈로 뜨거운 여의도 국회에서 2차례 진행됐다.
넥슨은 지난 5일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모두 공개하면서 도리어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게임 내 아이템의 속성을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리는 유료 강화 아이템인 ‘큐브’가 애초에 최상급 아이템을 뽑을 수 없게 막혀있었던 사실이 확률 공개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최고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과금을 했다는 게 총대 게이머의 설명이다.
넥슨측은 이에 대해 “게임 밸런스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기획 단계부터 이용자들이 선택과 게임플레이 성향에 따라 여러 옵션을 조합할 수 있도록 적용된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던 만큼, 앞으로는 유사한 문제가 없도록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첨언했다.
그러나 총대 게이머는 “옵션 3개를 돌리는 방식은 슬롯머신에 비유하자면 첫 번째, 두 번째 칸에서 7이 나오면 세 번째 칸에 7이 나오지 않게 한 거다. 3개의 7이 나와야 잭팟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잭팟이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오지 않는 아이템으로 고객을 기망했다. 사기도로 연결되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넥슨이 직접 증거를 공개했다. 그게 (소송에서) 가장 큰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대 게이머는 이번 사건이 확률형 아이템 자체의 문제보다는 게임사들이 확률 정보를 악용하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봤다. 그는 “과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가 ‘뽑기의 재미’란 언급을 했다가 욕을 들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재미를 줄 수 있지만 완벽히 확률히 공개되어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게 공정하고 깨끗한 상황에서 뽑기를 하면 기댓값을 가지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확률을 알지 못하면 꽝이 99%인지 100%인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희가 트럭 시위 같은 집단행동을 하는 건 ‘게임이 망해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게임 정상화를 위해 나와서 얘기를 하자는 거다”면서 “소송을 급하게 진행하면 게임을 살리고자 하는 저희의 생각이 퇴색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넥슨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자 간담회를 다음 달 11일 연다고 공지했다. 10인이 초대되는 이번 간담회에는 게임 상위 랭커를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의견을 개진 중인 총대진이 초대될 예정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