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권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할부수수료가 과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3사가 동일한 수수료율을 책정한 것에 대해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다. 통신사들은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신비 인하를 내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11일 통신 3사가 최근 10년 동안 단말기 수수료에 포함된 보험료 등으로 5조2000억원 이상을 국민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의원실이 추산한 금액은 ‘보증보험료’ 2조6000억원과 ‘단말 할부 관리비용’ 약 2조6000억원이다. 양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단말기 할부수수료는 고가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줄이고,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나서기 위해 SK텔레콤이 2009년 2월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LG유플러스(2012년 1월)와 KT(2017년 10월)가 할부제도를 도입했고, 조정과정을 통해 현행 수수료율은 통신 3사가 5.9%로 같다.
통신 3사가 밝힌 수수료 항목을 보면 크게 보증보험료, 자본조달비용, 단말 할부 관리비용으로 구분된다. 각 항목의 요율은 1.59~3.17%, 1.89~5.81%, 2% 수준이다. 양 의원은 “보증보험료의 경우 통신사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액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하는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업자가 분담 또는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단말 할부 관리비용의 경우에도 사업자가 전체 고객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용이기 때문에 할부 고객에게 거듭 부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같은 과방위 홍익표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달 당내 회의에서 “10년 전 단말기 할부제도 도입 당시 금리가 5.9%였는데 지금도 5.9%”라며 “금리가 유지되는 것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3.25%에서 0.5%까지 떨어졌고, 시중 금융권 대출 금리 역시 크게 떨어졌음에도 수수료율이 그대로 머물러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통사들은 실제 발생하는 비용보다 오히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어 수익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 할부는 무담보·무신용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금융권 대출 금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할부 수수료 5.9%는 대다수 신용카드 할부수수료율(9~22%)과 비교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증보험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할부채권 매입 금리가 평균 3.1%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보증보험료 3%를 더하면 6%가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 통신사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철 정치권이 지지율을 모으기 위해 ‘통신비 인하’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일상적”이라며 “요금제·수수료율 등이 경쟁사 간에도 비슷하게 책정되는 통신업계의 ‘가격 추종 현상’을 담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주초 통신 3사 본사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동일한 할부금리 적용이 담합에 의한 것인지, 과도한 금리를 적용했는지 등을 조사해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