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방’ 끌려가…학생도 맞았다” 시위대가 전한 ‘악몽’

입력 2021-03-11 13:28 수정 2021-03-11 13:38
미얀마의 지방도시 만달레이에서 6일 반군부 시위대가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리띠와 체인, 소총 개머리판, 곤봉으로 마구 때리면서 너희들은 지옥방에 왔다고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금됐던 시민들로부터 진압 병력이 가한 인권 유린과 폭력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인 한 남성의 제보 내용과 목, 어깨 등에 남은 부상 사진을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9일 남부 타닌따리의 메익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참가자 60여명과 함께 진압 병력을 피해 인근 한 주택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진압 병력은 피신처까지 들이닥쳤고, 시민들을 트럭에 태워 인근 공군기지로 이송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성별에 따라 분리돼 구금됐다. 이들은 구금실로 들어갈 때까지 허리띠, 체인, 곤봉, 대나무 가지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한 군인은 이 과정에서 “너희는 지옥방으로 들어간다. 한번 제대로 체험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들은 구금실에서 제보자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제보자와 그의 옆에 있던 5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등, 머리, 목, 옆구리를 마구 구타당했다.

다행히 제보자를 비롯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구금된 지 3시간 만에 풀려났으나 나머지 시민들은 결국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날 구금돼 폭행당한 시위 참가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남성은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에 “구금실에 있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소총 개머리판과 체인으로 마구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폭행 과정에서 시위 구호와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며 “너희들은 우리를 ‘군부의 개’라고 모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다시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풀려났다.

그는 군인들이 서약서를 받으며 “다시 체포되면 가족들은 너희의 시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체포 과정에서 목덜미에 고무탄 2발을 맞은 20대 여대생도 있었다. 그는 “군인들이 피신처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뒤 고무탄을 쐈다”면서 “나중에 목덜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고무탄에 맞은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압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60명이 숨졌고 19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