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요국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

입력 2021-03-11 12:19 수정 2021-03-11 12:2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향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이 1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 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한국과 미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등 주요국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BEI·국고채 10년물 기준)가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서베이(설문조사)에서 드러난 한국과 미국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도 최근 국제원자재·식료품 가격 상승과 경기개선 기대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수요의 분출, 기저효과 등에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나 중장기 시계에서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유동성 확대, 글로벌 공급망(GVC) 약화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이지만 안정적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 수단, 고용 부진 등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인도 여전히 많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한국과 주요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한국과 주요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다만 백신 접종 등에 따른 빠른 경기 회복과 경제활동 정상화로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하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른 주요국 금리 상승 등 대외 요인과 국고채 발행 확대라는 국내 수급 요인 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어 “향후에도 국내 장기금리는 주요국의 재정·통화 정책과 코로나 추이, 주요국의 국채금리 변화, 국내 경기 회복세와 국고채 수급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