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웅 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이 뭘 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러시면 안 된다’며 휴대전화를 잡으려 했나요.”(정진웅 검사 측 변호인) “아닙니다.”(검찰 수사관 A씨)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10일 열린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공판에서 이뤄진 첫 증인신문 내용 일부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이었던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팔과 어깨를 잡아 눌러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는 당시 압수영장 집행 현장에 있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재판의 초점은 정 차장검사의 ‘이러시면 안 된다’는 발언이 나온 배경을 밝히는 데 맞춰졌다.
변호인은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이러시면 안 된다”면서 휴대전화를 뺏으려 한 행동에 이르게 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과의 ‘물리적 접촉’은 인정한다. 다만 한 검사장이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한 뒤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서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행동을 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라는 다소 어려운 쟁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하려는 취지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는 정당행위나 정당방위가 성립하는 상황으로 착각하고 행동한 경우를 말한다. 일반인을 범죄자로 오인하고 체포하거나 지인을 도둑으로 오해하고 공격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이때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해 면밀히 심리한 뒤 범죄성립이 조각(소멸)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무죄 선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A씨가 사건 당시 정 차장검사가 아이폰을 쓰던 한 검사장에게 “‘페이스 아이디’(안면 인식)로 풀면 되지 않느냐고 했던 것 같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도 같은 이유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이를 두고 정 차장검사 측은 A씨에게 “(검찰 진술서에) 사실대로 기재한 것이냐”고 캐물었다. 한 검사장이 페이스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를 입력한 행동을 증거인멸로 의심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전제한 질문이다.
향후 공판에서는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식이 페이스 아이디라고 생각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 검사장은 당시 “페이스 아이디인지 비밀번호로 돼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비밀번호로 풀게 돼 있다”고 즉각 항의했다.
A씨는 이날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언을 하지는 않았다. 정 차장검사 측의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조작을 중단했다면 유형력을 행사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뺏기지 않으려 했다면 없었다고 본다”며 피고인에게 다소 유리한 답변을 했다. 반면 검찰이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 하려는 행동을 보인 게 있느냐”고 묻자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증인들도 A씨와 같이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상황은 없었다고 답할 경우 정 차장검사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