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친누나를 학대하다 숨지게 해 징역 5년을 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부모 사후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비극을 막기위해서는 사회적인 돌봄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고법 형사1부(백승엽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16호 법정에서 A씨(39) 학대치사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충남 천안 자택에서 지적장애 1급인 누나를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동안 묶어 놓고 출근하는 등 학대하다 평균기온 영하 4.9도였던 같은 달 18일쯤 난방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묶어 둬 결국 숨지게 한 죄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
A씨 범행 등 영향으로 한때 80㎏ 넘던 피해자 체중은 28㎏까지 줄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공판에서 그는 잘못을 인정하며 재판부에 관대한 처벌을 간청했다.
A씨 변호인은 “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2015년부터 피고인은 피해자를 정성껏 돌봤다”며 “다른 가족도 장애를 가진 상황에서 일용직을 하며 혼자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다 (피해자가) 가위로 가족들 옷을 잘라놓는 등 모습을 견디다 못해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몫의 장애인 정부 지원금(월 90만원가량)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그 돈이 목적은 아니었고, 오로지 연민과 애정으로 누나를 보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씨도 “(피해자를) 장애인복지시설에 맡길 생각도 있었으나, 가출한 어머니 동의를 받기도 어려웠던 데다 누나를 버리는 걸로만 느껴졌다”며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비극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20분에 열린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40세가 되면 가족과 떨어져 사회가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가족이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장기간의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학대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노인요양제도를 보완해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40세부터 노인요양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비장애인 가족이 장애를 가진 가족을 죽이는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80㎏체중 발달장애누나 28㎏학대치사 30대 선처요구
입력 2021-03-10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