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에 손자 만났대요” 美12살 소년의 참신한 기부

입력 2021-03-12 02:25
미국 뉴욕주의 7학년생 샘 커슈(12). 커슈는 복잡한 온라인 백신 접종 예약으로 불편해하는 노인들을 위해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CBSnews 보도 화면

미국에서 12살 소년이 고령자들을 위한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CBS뉴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스카스데일에 사는 7학년생 샘 커슈(12)는 조부모의 백신 접종 과정을 지켜보던 중 노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대신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웹사이트를 통해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커슈는 지난달 구글 설문지를 사용해 뉴욕 주민들이 백신 예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백신 도우미(Vaccine Helper)’ 사이트를 개설했다. 커슈는 해당 아이디어에 대해 “조부모 4명의 접종 예약을 돕는 아버지를 보며 웹사이트를 생각해냈다”며 “(백신 접종을 앞둔) 노인들을 돕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노인들의 백신 접종일자 예약을 돕는 사이트 '백신 도우미(Vaccine Helper)'. 이용자가 성명, 성별, 이메일주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커슈가 이를 접수해 대신 일자를 예약한다. '백신 도우미' 사이트 캡쳐

‘백신 도우미’ 사이트는 이용자가 백신 접종 자격을 확인한 후 예약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작성하면 커슈가 대신 개별 백신 접종 일자를 예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백신 접종 일자를 예약한 이들은 10일 현재 1881명에 달한다.

커슈가 거주하는 뉴욕은 현재 주 정부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 예약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출시한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격 여부를 확인하고 예약을 잡을 수 있으며 확약 후에는 이메일로 바코드가 날아오는데 가지고 있다가 접종소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와 별도로 양식에 따라 작성한 문서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양식을 제출하고 받은 접수번호 역시 접종소에 가져가야 하는 등 그 절차가 복잡하다. 모두 온라인이 익숙지 않은 노인에게는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암 투병중인 한 노인. 그는 커슈가 만든 웹사이트를 활용해 백신 접종 날짜를 예약했다. CBS뉴스 보도화면 캡쳐

반면 커슈가 개발한 웹사이트를 통한 접수방식은 기초 정보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백신 도우미’를 호평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현재 암 투병 중인 한 노인은 커슈가 만든 웹 사이트를 이용해 백신 접종을 마쳤다. 그는 “샘 덕분에 지난달 백신 접종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며 “친구 30명 모두 이 웹사이트를 소개받고 샘의 도움으로 접종을 예약했다. 노인인 친구 중 백신 접종 예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커슈는 “제 덕에 손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어르신들을 보며 매일 놀라는 중이다”며 기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