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이 당시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질문’을 한 인사팀장에게 징계를 내리고 사내 임직원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한 가운데 피해자가 두 번째 입장문을 냈다. 동아제약 측의 사과와 후속 조치가 모두 정당한 형식도, 내용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앞서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면접에서 여성 면접자였던 A씨를 향해 “여자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나” “군대에 갈 의향이 있나” 등의 질문을 던진 사실이 공론화돼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동아제약은 10일 ‘면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한 업무 태만, 회사 질서 문란 초래 및 직원 품위 손상’을 이유로 당시 문제의 질문을 한 인사팀장에게 보직 해임 및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면접 상황에 대해 일부 해명도 시도했다.
이에 피해자 A씨는 같은 날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2’라는 제목의 입장 글을 올렸다.
A씨는 “동아제약이 ‘사회적 이슈인 군 가산점과 관련해 (면접자들의) 논리적인 의견을 보려고 질문했다’고 해명했는데, 지원자의 논리성을 보고 싶었다면 해당 질문은 공통 질문이었어야 상식적이다”고 지적했다. A씨에 의하면 논리 역량을 묻는 공통 질문은 이미 면접 초반에 제시됐고,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A씨에게만 단독으로 요구됐다.
동아제약이 성차별 논란에 대해 해명하면서 작년 여성 채용 비율과 해당 직무 합격자 수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90년 가까이 된 중견기업에서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나”고 한탄하며 “‘그 시간, 그 장소’에서의 성차별을 지적했지 동아제약이 제시한 자료는 제가 지적한 면접과 전혀 관계가 없다. 숫자가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성차별이 결코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면접에 함께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대로 적겠다’면서 적은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남성은 당시 ‘기업에서 병역 이행 여부로 여성과 남성의 임금에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고 적었다.
A씨는 이에 “‘정확한 워딩’이 아니지만 설령 정확하다고 해도 (동아제약) 인사팀장이 주장하는 문제의 질문과 (남성이 쓴) 핵심 메시지가 동일하게 된다. 즉 동아제약의 해명과는 어긋나게 되며 제 주장의 힘만 실어준 꼴이 된다”고 답했다.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이 성차별 면접 사건과 관련해 임직원 전체에게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A씨는 “저에 대한 사과를 왜 제가 없는 사내 메일로 하나”고 반문한 후 “차별 금지는 당위성의 문제이지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아직도 문제의 질문을 ‘성차별’이 아닌 성차별적 ‘오해’를 야기하는 질문으로 생각하고 있나”라고 짚었다.
A씨는 또 최 사장을 향해 “제가 이전 글에서 요구한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자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나, 혹은 그런 의견을 사장님이 묵과했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자라면 사장님의 경영자로서의 안목을, 후자라면 경영자로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제약은 변명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을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해당 면접에서의 질문이 ‘성차별 질문’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과 댓글로 사과문을 작성한 점,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치부한 점, 조직 차원의 잘못을 개인의 일탈로 갈음하려 한 점 등이 잘못된 대처임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최 사장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당신은 리더입니까, 보스입니까”라는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동아제약의 잘못을 지적하고 피드백과 반성을 원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겸허히 사과하는 사후 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