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2공항 추진 입장에 국토부 ‘신중모드’

입력 2021-03-10 16:36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0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도민의 반대 여론에도 제2공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토교통부는 우선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선 신중론을 택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그간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터라 향후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도는 10일 국토부가 이날까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데 대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주도는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성산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5~17일 3일간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진행한 도민 여론조사(각 2000명)에선 반대 여론이 각각 7.7%포인트와 2.9%포인트(오차범위 이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예정부지 주민(서귀포시 성산읍 주민 각 500명) 찬반 조사에선 찬성(33%포인트 상회)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지만, 공항 예정지 주민의 경우 찬성 비중이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제2공항에 대한 접근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기존 공항과 조화로운 운영에 대한 염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제주도의 이런 입장에 대해 “당장 제주공항을 추진한다거나 안 한다고 말씀을 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제주도의 의견서가 도착하면 일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도민 여론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고 제주도가 이에 대한 해석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입장이 정부로 전달됐으니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해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그동안 제주공항 혼잡 문제 해결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제주도 의견을 따라 제2공항 건설 쪽으로 정책 방향이 기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2공항 여론조사와 관련해 환경부의 입장을 물어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현재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확정하는 고시를 앞두고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단계를 밟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