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깔려 숨진 군인측 “간부 토끼몰이에 숨었다가…”

입력 2021-03-10 16:35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외출을 나온 육군 병사가 주차된 차량 밑에 들어가 있다가 숨진 사고에 대해 유가족이 입을 열었다.

사고로 숨진 A일병(22)의 아버지 B씨는 10일 연합뉴스에 “부대로 복귀하려는 도중에 때마침 그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중대 간부가 훈계를 너무 강하게 한 탓에 트럭 밑에 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B씨 등 유가족에 따르면 외출을 나왔던 A일병은 친한 동기 2명과 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이후 부대 복귀를 위해 택시를 타려고 이동하던 중 주택가에서 개가 크게 짖자 담벼락을 툭툭 찼는데 이 모습을 우연히 본 다른 중대 간부가 A일병 일행에게 접근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이 간부가 이들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며 소속부대를 캐묻고, 행정보급관에게 전화하겠다며 징계를 줄 것처럼 말하자 겁이 난 A일병이 숨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유족측은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A일병은 이 간부가 차량에 휴대전화를 가지러 간 사이 골목으로 도망쳤는데, 간부가 전력 질주하며 쫓아오자 토끼몰이 당하듯 도망치던 A일병이 트럭 밑에 숨어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각개전투라도 하듯 차로 숨어버린 모습이 찍혔다”며 “애가 겁이 많은데 얼마나 겁에 질렸으면 차 밑에 숨어서 차디찬 바닥에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해당 간부는 당시 A일병 등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A일병과 함께 외출한 동기들은 취기는 없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병사가 죽었는데 간부는 ‘잘못이 없다’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조사하겠다고 온 대령은 간부 대변인처럼 행동하며 병사들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므로 지금 당장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했다.

A일병은 전날 오후 7시40분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비봉로에서 트럭 바퀴에 깔려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트럭 운전자는 A일병이 주차된 트럭 밑에 누워 있었던 것을 몰라 그대로 차를 출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