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네이버·다음, 정말 보수매체 편향적일까

입력 2021-03-10 16:29 수정 2021-03-11 09:46
MBC 스트레이트 캡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보수매체 편향적이라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인용하며 포털이 진보매체 기사보다 보수매체 기사를 더 자주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네이버를 보면, 보수 언론 기사 노출이 48%인데 반해서, 진보 언론은 3.6% 수준이라고 한다”며 “진보 언론 기사 노출이 한 번 될 때, 보수 언론 노출은 13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음도 진보 언론의 기사 노출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네이버에서는 ‘기사 송고량이 많은 언론사가 비례적으로 노출이 많다’고 해명했다”며 “그러나 해명과 달리 점유율 1위인 중앙일보의 송고량은 21개 언론사 중 14위, 점유율 4위인 조선일보 송고량은 18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보수 성향 매체의 기사를 보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기사만 보는 이용자에게도 보수 성향 매체의 기사를 더 많이 추천하고 있는 것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는 ‘포털은 사람의 주관적 개입을 배제하고 AI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기사를 자동적으로 배치해서 공정하다’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우리도 이제 포털 업체의 자율적 해결만 기대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국회와 언론, 시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서 사회적 합의를 빨리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MBC 스트레이트 캡처.

김 위원은 포털이 보수매체에 편중되어 있다는 근거로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인용했다.

MBC 스트레이트 팀은 지난 1월 약 3주간 네이버, 다음에서 이용자 ID를 두 개씩 만들어 5분에 1회씩 각각 보수 성향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와 진보 성향 일간지(경향신문, 한겨레)의 기사만 읽게 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우선 자사 인공지능 ‘에어스(AiRs)’를 활용하는 네이버의 경우, 보수 언론용 ID의 ‘마이뉴스(사용자 맞춤형 뉴스 추천 구역)’에 보수 성향 경제지 머니투데이 기사가 가장 많이 추천됐다. 이후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과 뉴스1, 국민일보, 연합뉴스가 뒤를 이었다.

진보 언론용 ID의 마이뉴스에는 통신사인 뉴스1과 연합뉴스가 가장 많이 추천됐고, 국민일보·중앙일보가 각각 3, 5위로 상위를 차지했다. 진보 성향 언론들은 추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음 포털의 경우 진보, 보수 성향의 기사를 읽게 한 두 ID의 추천 기사 상위 5위권에 통신사, 보수 언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비로그인 사용자들에게 동일하게 표시되는 네이버 모바일 메인 마이뉴스 화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MBC 스트레이트 팀의 주장이다. 해당 영역에 게재된 기사 목록을 지난 1월8일부터 한 달간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의 점유율이 15.6%로 1위였고 그 뒤를 연합뉴스(13.8%), YTN(6.6%), 조선일보(5.4%) 순이었다.

MBC 스트레이트 캡처.

다만 MBC가 조사한 데이터가 과연 공신력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MBC 스트레이트 팀은 네이버 모바일 뉴스판에 노출되는 언론사별 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수언론 48.0%, 뉴스통신 3사 24.4%, 중도언론 23.9%, 진보언론 3.6%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수와 진보, 중도 매체를 나누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MBC는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 대신 정부 입장을 주로 전한 자사와 KBS 등을 중도언론으로 나눴다. 또 정부와 공기업이 대주주인 YTN, 연합뉴스, 서울신문을 중도언론에 넣었다. 진보언론은 한겨레 경향신문 등으로만 한정했다. 결국 애매한 기준으로 매체를 분류해 진보언론의 포털 비중이 낮게 보이도록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포털 업계는 뉴스 알고리즘에 사람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털이 뉴스 편집권까지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7년부터 뉴스 편집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수동편집’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네이버의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는 ‘협력필터(CF·Collaborative Filtering)’ 기술과 인공신경망 기반의 ‘품질모델(QM·Quality Model)’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협력필터 기술은 비슷한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본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이후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본 콘텐츠(혹은 클러스터)를 먼저 선별해 제공한다.

품질모델 기술은 기사의 제목과 본문, 이미지와 작성 시간 등을 기준으로 정보량이 풍부한 뉴스를 판별한 뒤 조회 수 등 다수의 이용자 소비 활동에 기반해 만족도가 높은 기사를 추천하는 구조다.

네이버 측은 “알고리즘은 매체 성향을 분류하지 않는다”며 “알고리즘은 고차원 방정식이다. 수용자의 기사 소비 패턴에 대한 학습으로 동작한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 네이버 캡처

다음의 알고리즘 ‘카카오i’도 비슷한 구조다. 카카오i는 전체 이용자 반응, 성(性)·연령별 그룹에 따른 반응, 노출된 기사의 클릭 유무, 클릭률, 열독률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뉴스를 제공한다. 기사 제목이나 이미지, 작성시간, 카테고리별 추천 요인 등도 큐레이션에 반영하기 때문에 사용자마다 노출되는 기사가 다르게 나타난다.

포털업계는 뉴스 알고리즘을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카카오는 2017년 루빅스 초기 구조를 담은 학술 논문을 공개하고, 2019년에는 SCIE급 저널인 TIIS에 게재했다. 2016년 발족한 미디어자문위원회를 통해서도 뉴스 알고리즘 등 미디어 주요 사안에 대한 전문가 조언을 분기마다 공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 5월 컴퓨터 공학・정보학・커뮤니케이션 등 총 3개 분야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6개월 동안 뉴스 알고리즘을 검증했다. 이들은 네이버 뉴스검색 결과는 편집자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 휴대전화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포털의 해명에도 정치권은 ‘알고리즘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기 대문에 인간의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이 반복됐다. 2015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포털이 야당에 편향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 최형우 교수에게 의뢰해 만든 보고서였다.

정부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 10배 가량 많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시 “포털이 우리사회와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6년 전 새누리당이 했던 주장을 현재 민주당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현구 기자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사건은 포털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웠다. 윤 의원은 지난해 9월 8일 국회에서 “(전날 있었던)이낙연 민주당 대표 연설은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뜨지 않았다”며 “이게 중요한 뉴스일텐데 ‘왜 안 뜨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포털 업계는 AI가 뉴스 배열 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이용자마다 보여지는 뉴스가 제각각이라고 해명했다. 로그인 후 포털을 쓰는 이용자는 과거 뉴스 소비 성향에 따라 AI가 좋아할만한 뉴스를 자동 추천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카카오가 실시간 공개한 다음 뉴스 배열 이력을 보면 이 대표의 연설 기사는 첫 화면에 노출된 이력이 있었다.

네이버의 뉴스 편집 알고리즘. 네이버 제공

포털이 이런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아예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소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뉴스편집을 AI가 전담하면 뉴스의 중립성은 괜찮은 걸까요”라며 “AI 시스템이 차별하지 않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특정 세력이 알고리즘을 악용하거나 해킹하면 여론이 오히려 편중될 수 있다”며 “개인 기업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자사의 기술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ICT 전문가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알고리즘을 공개하거나 (중립성을) 강제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중립이라는 기준도 그렇다”며 “우선 매체를 어떻게 보수-진보로 나눌 것이냐, 이후 이를 기계적으로 5대 5로 맞추는 게 과연 객관적이고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