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근 “미술품 물납제 도입 해야… 메세나 지속할 것”

입력 2021-03-10 16:26
김희근 신임회장.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신임 회장(벽산엔지니어링)이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를 언급하며 “국내 미술관 예산으로 세계적인 미술품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물납제 도입은 당연하고, 시기나 기술적인 문제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김 신임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그는 지난 3일 제11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김 신임회장은 이날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물납제는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내는 제도다. 미술계는 미술시장 활성화와 한국의 우수한 문화자산 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신임회장 역시 “(물납제)가 우리나라의 문화자산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며 “세금, 위작 등 다양한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외 옥션을 통한 검증도 고려해야 한다.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관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힘만으로 문화예술 발전의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문화예술계가 나아갈 길도 말했다. 김 신임회장은 “위기의 순간에서 잠시 쉬어가며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며 “문화예술계에도 비대면 문화가 들어오면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온라인 공연과 대면 공연은 분명 다르다”며 공연의 본질을 짚었다.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 역시 과제다. 김 신임회장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메세나 전국 네트워크를 재구축해 문화예술의 지역편중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를 연계해 메세나 활동의 전국 확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교, 복지와 달리 유독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가 취약한 것은 제도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 정비를 통해 민간의 자금이 예술시장에 흘러갈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를 희망한다”며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신임회장은 마지막으로 “예술가를 지원해 주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이라고 했다.

김희근 신임회장.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김 회장은 오랫동안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하는 메세나인(人)이다. 세계적인 현악 합주단체인 세종솔로이스츠 창단의 산파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페스티벌앙상블 등 클래식 연주단체 지원을 통해 음악발전에 기여했고, 미술계 유망주인 윤상윤, 한경우, 김성환, 김명범, 이재이, 양혜규, 이완 등을 다년간 지원했다.

2011년부터 ‘벽산희곡상’을 운영하며 기업의 지원이 취약한 희곡 분야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과 등 문화예술 기관에도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포럼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