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적자 전환의 위기 속에서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500여명이 희망퇴직을 하는 등의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 중이지만 노사는 계속해서 대립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일 사측은 제1차 고용안정위원회에서 1차 무급순환 휴직을 노조에 공식 제안했다. 사측은 휴직 기간을 오는 15일부터 5월 말까지로 제시했다. 또 현행 주·야간 2교대에 시간당 45대의 생산 체제를 1교대에 시간당 60대로 바꾸는 안을 내놨다.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미 전직원 대상으로 시행한 희망퇴직을 통해 500여명이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사측이 책임감 없이 1교대 생산과 순환휴직을 추진한다는 게 이유다.
르노삼성차의 복수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르노삼성차지회는 지난 7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차지회는 “전 세계 위기 속에서 르노삼성은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다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미 수많은 동료를 퇴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서바이벌 플랜 완수를 강조하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희망퇴직을 선택한 임직원들에 대해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의 많은 동료가 희생을 선택했다”며 “그분들께 진심 어린 존경을 표한다”고 사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이번 주 양측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차 고용안정위원회와 임단협 8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1교대 전환 등 방안을 두고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노조는 이번 만남에서 사측에 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는 1교대 전환 시 281명 무급휴직자의 임금보전금액을 인당 월 300만원으로 가정해 한 달에 약 8억4300만원, 휴직 기간 전체로는 약 21억1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조는 고용안정위원회와 별개로 다음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행보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미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르노삼성차 노사가 빠른 시일 내 타결을 이뤄야 경영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초 기존 QM6의 디젤 모델을 선보였지만 추가 신차 출시 계획은 없다. 또 유럽지역에 수출할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노사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8월부터 기본급 7만1687원 인상(4.69%),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노사 실무교섭에선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