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오사카 언니 마리 은퇴…테니스 대신 웹툰으로 새 도전

입력 2021-03-10 15:36
오사카 마리. 마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자신의 통산 4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 여자 테니스의 ‘대세’가 된 오사카 나오미(2위)의 언니인 오사카 마리(340위·이상 일본)가 테니스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마리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니스 선수에서 은퇴한다”며 “충분히 즐길 수 없었던 (테니스 선수로서의) 여정이었지만, 선수로 뛰는 동안 도와준 많은 분들과 좋았던 기억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미래에도 재미있는 일들을 하며 지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자매는 아이티인 아버지(레오나드 프랑수아)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수아는 1999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비너스 윌리엄스(76위)-세레나 윌리엄스(7위·이상 미국) 자매가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오사카 자매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로서 오사카 자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나오미가 US오픈 2회(2018·2020), 호주오픈 2회(2019·2021)나 정상에 오르고 흑인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안 언니 마리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총상금 2만5000달러 규모의 소규모 대회인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킷 대회에서 준우승 3회를 차지한 것 외엔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해 2018년 기록한 280위가 개인 최고 랭킹일 정도. 201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도레이 팬 퍼시픽오픈에선 동생과 함께 복식에 나섰지만 첫 판에서 져 탈락하기도 했다.

윌리엄스 자매도 동생 세레나가 메이저대회 남녀단식 최다 우승 2위(23회)를 차지하는 등 더 뛰어난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언니 비너스도 2002년 랭킹 1위에 오르고 여자 단식에서 49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이름을 남겼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오사카 마리의 웹툰. 마리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마리는 자신이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제 2의 직업’을 찾아 첫 발을 뗀 모습이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표기한 마리는 소개란에 네이버의 북미 웹툰 사이트 ‘베스트 도전’에 올린 ‘Heine’이란 제목의 작품을 링크해 놓았다. 테니스만큼 소질이 있던 만화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된 것.

나오미는 언니의 은퇴 발표글에 “언니가 이룬 것들이 자랑스럽고, 나에게 항상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켜줬다”며 새로운 인생을 응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