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방의회가 해외연수 예산을 속속 반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논의조차 없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의회도 상당수여서 안팎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10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충주시의회는 지난 4일 국외연수 예산 5700만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국외 여비를 편성한 충북 10개 시·군의회 중 예산 반납은 충주시의회가 처음이다.
시의회는 의원 1인당 300만원씩 모두 5700만원으로 책정된 올해 해외연수비를 제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삭감 처리한다. 시의회는 이 예산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사업비로 활용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안정, 고통분담 차원에서 국외 출장여비를 반환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의회도 상당수다.
충북도의회는 아직 예산 반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문희 도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 개개인에 대한 예산이 세워진 만큼 의장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는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의원 전체 합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올해 해외연수 못하는데 (예산을)붙들고 있어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외 여비) 반납은 속도 조절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반납 시기는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의회는 11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를 열고 국외 여비 반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하는 의총에서 최종 결정될 경우 내홍이 불거질 조짐도 있다.
도의회는 지난해 1억2100만원으로 정한 국외 여비와 자매·우호 협력도시 방문여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4.5% 인상했다. 국외 여비는 9300만원으로 도의장을 제외한 31명 의원 1인당 300만원을 배정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모든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국외 연수라 무리하게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억7210만원의 국외연수비를 편성한 청주시의회도 반납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충진 시의장도 “의원 대부분이 올해 국외 연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조만간 내부 협의를 거쳐 예산을 반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21년도 예산안 심사 당시 시민들의 아픔을 보듬겠다며 의원 해외여비, 의정 역량강화 위탁교육비에 의자·소파 구입비까지 전액 삭감해 귀감이 됐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내외 사정을 종합해보면 누가 봐도 해외연수는 못 가는 상황”이라며 “국외 여비 반납은 시간을 끌거나 여론의 눈치를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회는 하루 빨리 해외 연수를 포기하고 악화된 민심을 달래야한다”며 “예산을 반납할 때는 또 생색내기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