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죽을 때까지 쏘란 명령 받았다” 탈출 미얀마 경찰 폭로

입력 2021-03-10 11:20 수정 2021-03-10 16:31
8일(현지시간)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에서 앤 로자 수녀가 쿠데타 반대 시위 진압 군경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시위대에 총을 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로자 수녀는 “나를 밟고 가라”고 했고, 역시 무릎을 꿇은 경찰은 “시위를 멈추기 위해 (진압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미얀마 군부의 명령을 따를 수 없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인도로 탈출했던 미얀마 경찰관이 “시위대를 죽을 때까지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다르면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관으로 복무했던 타 뼁(27)은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해산할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무릎 아래를 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시위에서는) 죽을 때까지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에서는 한 달 넘게 반(反) 군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타 뼁은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음 날에도 총을 쏘라는 지시가 전화로 내려왔고 도저히 명령에 따를 수 없어 국경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타 뼁은 “자동소총을 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나와 6명의 동료 모두 불복종했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1일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두고 집을 떠나 사흘간 주로 밤에 이동하면서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 미조람주 지역 경찰서장인 스티븐 랄리노마도 탈출한 미얀마 경찰관들과 관련해 “그들은 군 통치자로부터 따를 수 없는 지시를 받아 도망쳤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100명 안팎의 미얀마 시민이 쿠데타 발발 후 인도 미조람주로 피신했는데 상당수는 경찰과 그의 가족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인도 정부에 탈출한 경찰관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타 뼁의 경찰 신분증과 그가 경찰 제복을 입은 사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타 뼁은 “경찰서 직원들 가운데 90%는 시위대를 지지하지만, 이들을 결속시킬 지도자가 없었다”며 “가족이 그립지만 미얀마로 송환되는 것은 두렵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