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측 압박에 직장서도 해고… 공개 검증 하자”

입력 2021-03-10 11:14 수정 2021-03-10 11:21
조병규 인스타그램, A씨 인스타그램

배우 조병규의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제기했던 폭로자가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로부터 손해배상 압박을 받고 있다며 ‘공개 검증’을 제안했다.

뉴질랜드에서의 학창 시절 조병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는 10일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올려 첫 폭로가 나왔던 지난달 19일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조병규의) 법률대리인에게 연락이 왔다”며 “요지는 고소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손해배상이었고 그 순간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앞서 사진 도용 문제로 연락한 적 있는 동창 B씨를 통해 조병규의 법률대리인과 다시 대화했다고 한다. A씨는 “(그쪽에서) ‘변호사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시작으로 게시물을 모두 내리고 사과문을 올리라’고 하더라”며 “제가 멘탈이 나가 정신을 못 차리자 B가 양쪽에 설명하고 직접 사과문 샘플을 작성해 양측의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이 나갔고 저는 여기서 끝낼 수 있다면 합의문 받고 사과문 쓰고 끝내고 싶었다”며 “B와 저는 동창이지만 서로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고 솔직히 그가 어느 편인지 따질 상황도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월 22일, 제가 글 내린 것에 반응하듯 저쪽에서 배우 해명글을 올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또 (조병규 측은) ‘합의문 없이 사과문을 먼저 올려라. 피해가 커서 결과에 따라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 사과문을 늦게 올릴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고 했다”며 “무턱대고 사과문을 쓰면 안 될 것 같아 아는 변호사 형에게 자문했고 사과문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병규가 직접 의혹을 부인하며 인스타그램에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쓴 지난달 23일 기억도 꺼냈다. A씨는 “진실과 거짓이 뒤바뀐 상황에도 저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사과 한번 받자고 글을 올린 게 얼마나 어설프고 어리석었는지 후회됐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사과해 이 악몽을 끝내고 싶었다”고 괴로워했다.

그러던 중 그는 인스타그램 DM을 확인하다 알파벳 ‘w’로 시작하는 특이한 계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저와 제 주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저를 압박했다. 누군가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며 “2월 24일부터 시작된 w의 DM은 매일 계속됐다. 제가 답을 안 하자 저와 가족, 회사, 친구들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의 메시지는 악의적이었고 게시물은 저를 향한 비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4일 w에게 ‘오직 진실 하나로 반박문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그의 DM은 중단됐고 계정도 비공개로 닫혔다”며 “저는 영어 수준, 활동시간대, 내부 정보, 판단력 등 여러 정황상 w가 조병규의 소속사 측이 아닌가 추정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이 계정이 소속사와 관련 없는 것이 맞냐. 만약 아니라면 회사 명예를 위해 한국에서 소속사가 고소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소속사를 향해 “사정상 언급되지 않은 모든 것을 포함한 공개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w는 꼭 참석해야 한다. 만족할 만한 답변과 해명이 없으면 진실을 향한 적절한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소와 배상을 조합해 사건을 재구성해 진실과 거짓을 바꾸고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읍소해야 하는 이런 X 같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분노했다.

또 “조병규를 칭찬하는 글을 볼 때 화가 나고 과거가 생각나 일상생활이 흐트러졌다. 2월 25일, 90일간의 수습기간이 2주 정도 남았었는데 결국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했다”며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해고를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회사에 집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다 잘될 거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부모님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