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기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굿모닝 브리튼’의 진행자가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를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데 이어 규제 당국의 조사에 직면했다.
영국 방송사 ITV가 성명을 내고 “‘굿모닝 브리튼’의 피어스 모건이 이제 떠날 때라고 결정했다”며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갑자기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이유는 마클을 향한 모건의 비난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진 탓이다.
모건은 8일 오전 방송에서 마클이 미국 CBS 인터뷰를 통해 영국 왕실을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미안하지만 마클의 말을 한마디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마클이 일기예보를 읽어준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은 또 트위터에서도 마클을 거짓말쟁이라는 의미에서 ‘피노키오 왕자비’라고 지칭하며 “마클이 (영국 왕실을 향한) 비열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해리 왕자가 그의 가족과 군주제를 이렇게 무너뜨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모건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마클이 극단적 선택과 인종차별 등 힘든 고백을 했음에도 이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역으로 비판받고 있다.
영국의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에는 9일 오전까지 4만1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오프콤은 성명을 내고 “‘굿모닝 브리튼’의 해당 에피소드에 대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결국 모건은 다음 날인 9일 오전 방송에서 “전날 발언은 마클의 인터뷰에 대한 진위에 의문을 표한 것일 뿐이다. 정신질환과 자살 충동 등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9일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 ‘굿모닝 브리튼’의 다른 진행자로부터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공동 진행자 중 한 명인 앨릭스 베리스퍼드가 모건을 향해 “당신이 마클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마클이 당신을 차버렸다는 것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마클은 이후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계속 그를 모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모건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더 못하겠다.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며 스튜디오를 떠났다.
‘굿모닝 브리튼’은 격식 없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토론하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모건은 6년 동안 진행자로 일해왔다.
그는 최근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영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받기도 했다.
AP통신은 그를 두고 발언이나 트윗 등이 기사화가 될 정도로 영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