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건 목격자 정보 유출한 얼빠진 법원

입력 2021-03-10 11:08 수정 2021-03-10 11:25

폭행 사건 목격자의 신원이 법원 실수로 노출되면서 목격자가 피의자로부터 해코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 춘천지법과 당시 목격자 A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강원도 내 한 지역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현장 인근에 있던 A씨에게 증언을 요청했다. 그는 사건 해결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상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최근 사건의 당사자인 B씨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집에 찾아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살이 떨린다”며 폭언과 함께 서류 뭉치를 소파에 내던졌다. 서류뭉치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사건 내용을 진술한 것이었다.

A씨가 서류를 살펴보고 화들짝 놀랐다. 중요한 인적 사항은 모두 지워져 있었으나 직장 이름과 목격 장소 명칭이 그대로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이름과 목격장소는 평소 친분이 있던 B씨가 A씨를 특정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

“20년을 알고 지낸 B씨와 관계가 악화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속에 진술했던 A씨와 B씨의 관계가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B씨는 지난해 12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기 전 사건 자료를 법원에 요청해 이 정보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소를 당하면 당사자(피의자)는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정보공개포털 사이트를 통해 고소장 열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증인이나 참고인에 대한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게 돼 있다. 인적사항이 노출될 경우 보복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목격자의 인적사항이 이렇게 쉽게 노출돼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증언을 할 수 있겠냐”며 “이러한 개인정보 노출이 발생해도 담당자에게 주의 또는 징계 조치 만 이뤄질 뿐 실질적인 예방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담당자의 실수로 직장명 등 개인정보 일부가 삭제되지 않은 채 전달됐다. 감사계에서 담당 직원에 대한 조처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