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우스 길이는 팔을 들어서 속옷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흰색, 살색 계통의 속옷 착용만 허용한다’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속옷 착용은 금지한다’.
위 조항은 현재 서울시 관내 31곳 여자 중·고등학교 교칙에 나와 있는 일부 사례다. 서울시는 이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재학생 ‘속옷 규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해당 교칙의 근거가 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삭제키로 했다. 근거 조항이 사라지면 각 학교는 이에 따라 교칙을 개정해야 할 전망이다.
9일 서울시의회는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문장길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강서2)이 지난달 5일 발의한 ‘서울특별시 학생 인권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지난 5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이의 없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12조 2항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 단서 부분을 삭제하고 나머지 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에 대한 내용은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토록 했다.
문 의원은 “과거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될 당시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해 단서 규정을 뒀지만 현재 일부 학교에서 속옷, 양말, 스타킹의 색상이나 모양 등까지 학교 규칙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는 과도한 학생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현재 서울시 관내 일부 여자 중·고등학교들이 학생 복장 규정을 통해 속옷이나 스타킹 등의 색과 무늬, 비침 정도까지 규제하고 있어 과도한 학생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여중 44곳 중 9곳(20.5%), 여고 85곳 중 22곳(25.9%)이 학칙에 속옷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속옷의 착용을 금한다’, ‘살색 및 흰색 속옷을 착용해야 한다’ 등 학생의 단정한 교복 착용 외 과한 속옷 규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문 의원은 “학칙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제안할 소지가 있고 비민주적 조항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정책을 통해 전면적으로 수정·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나 서울시교육청은 이 개정안이 통과된 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어 곧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