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린다” 목격자에게 가해자 행패…신원 노출한 법원

입력 2021-03-10 10:39 수정 2021-03-10 10:48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폭행사건 피고인이 법원 직원의 실수로 신원이 노출된 목격자의 집까지 찾아가 심하게 따지는 일이 발생했다.

A씨와 춘천지법에 따르면 폭행 사건의 피고인 B씨가 목격자 A씨의 집에 찾아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살이 떨린다”며 폭언과 함께 서류 뭉치를 소파에 던졌다고 10일 연합뉴스는 전했다.

흩어진 서류뭉치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었다. A씨는 “절대 신원 노출될 일 없다”던 경찰의 말을 믿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가 서류를 살핀 결과 중요한 인적 사항은 모두 지워져 있었으나 A씨의 ‘직장명’과 ‘목격 장소 명칭’이 그대로 쓰인 것을 발견했다. 평소 A씨와 친분이 있던 B씨가 A씨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였던 셈이다.

이후 A씨는 춘천지법에서 피고인 B씨에게 목격자 진술 서류 등을 제공하면서 직장명 등을 지우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A씨는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춘천지검, 춘천지법, 서울고법으로부터 모두 “담당자의 실수”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가 따지자 춘천지법은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직원에게 주의나 징계를 내리겠다”고 했으나 A씨는 “징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식이면 작은 마을에서 누가 형사사건 목격자 진술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목격자나 증인 신원이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자료를 제공하든지, 목격자 진술 자료를 피고인도 못 보게 하든지 하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춘천지법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모두 지워서 제공하는데 A씨 주장대로 직장명이 제대로 지워지지 않았다면 100% 저희의 잘못”이라며 “더 철저히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