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단의 시간’ 다가온다…‘반중’ 쿼드, 12일 첫 정상회담

입력 2021-03-10 07:14 수정 2021-03-10 07:56
중국 견제 목적 ‘쿼드’, ‘아시아의 나토’로 불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첫 정상회담 ‘화상’ 개최
한국, 참여 여부 놓고 ‘장고’…중국 반발 ‘걱정’
불참 경우에도 미국과 불편, 일본 영향력 확대 우려

반중 목적의 ‘쿼드’ 4개 회원국인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지난해 11월 17일 인도양 북쪽 아라비아해에서 항공모함과 군함 등을 동원한 ‘말라바르’ 2차 해상 합동훈련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Quad)’가 오는 12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화상으로 열리는 쿼드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쿼드가 결성된 이후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는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여한다.

쿼드는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4개국으로 구성된 중국 견제 목적의 협의체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만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빗대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의 나토’로 불린다.

한국 정부는 쿼드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쿼드의 역할 확대를 위해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이 쿼드에 동참할 경우 중국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이 쿼드 참여를 주저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공식화되지 않은 구상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쿼드가 첫 정상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한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도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첫 쿼드 정상회담이 12일 화상 방식으로 열린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쿼드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이른 다자간 모임 중 하나에 참여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리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코로나19 위협과 경제 협력,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폭넓은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의제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인도 외교부도 “4개국 정상이 지역과 국제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쿼드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렸다.

로이터통신은 쿼드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의 증가하는 군사적·경제적 힘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나는 예측할 것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북한의 도전과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많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한국 외에도 베트남·뉴질랜드 등의 동참을 이끌어낸 뒤 쿼드를 ‘쿼드 플러스’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쿼드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쿼드 참여 여부와 관련해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5∼17일 일본을 먼저 찾은 뒤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쿼드의 4개 회원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해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쿼드 4개국은 지난달 18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장관 회담을 화상으로 열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