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직전 LH 본사’…증거인멸 의혹 제기된 사진

입력 2021-03-10 05:58 수정 2021-03-10 10:38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지난 9일 경남 진주 LH 본사와 직원들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투기 의혹을 폭로한 지 1주일 만이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너무 늦은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 직전 새벽까지 불이 환하게 켜진 LH 본사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은 “증거인멸 중임을 입증하는 사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오늘 새벽 2시 LH 본사 건물이라네요’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 속 LH 본사 사옥은 일부 층을 제외하고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글쓴이는 “6시면 칼퇴하던 인간들이 새벽 2시 넘도록 증거인멸 중”이라며 “그리고 오늘 아침 본사 압수수색하면 뭐 남아 있겠나”라고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당 게시물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이날 새벽 ‘실시간 LH 본사 전경’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또다른 네티즌도 LH 본사 건물 측면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형들 퇴근 안해? 공사가 무슨 새벽 1시 넘어서 야근을 해”라고 비꼬았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은 “파쇄기 불나는 중” “대놓고 증거인멸 중” “무슨 압색을 선전포고하고 하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진주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은 경기 과천의 LH과천의왕사업본부, 인천의 LH광명시흥사업본부를 비롯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13명의 자택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수사관은 모두 67명이 투입됐다.

과천의왕사업본부에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중 3명이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고, 광명시흥사업본부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10시간에 걸친 진주 본사 압수수색을 마무리했다. 전자문서 출력물이 많아 예상보다 압수수색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앞서 과천의왕사업본부와 광명시흥사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각각 오전 11시50분, 오후 3시쯤 완료됐다.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직원 13명은 모두 현직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수사하고 있으며 출국금지 조치를 완료했다.

이들에 더해 전직 직원 2명도 수사받고 있어 현재 이 사건 피의자는 모두 15명이지만 전직 직원 2명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진주 본사에서 컴퓨터와 관련 전자문서 등을 확보했으며, 직원들에게서는 개인 휴대전화와 PC를 넘겨받았다. 경찰은 당분간 이번에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