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정보 모르고 투자’ 발언 진심” LH직원 또 옹호한 변창흠

입력 2021-03-10 05:22 수정 2021-03-10 10:31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당 발언이 진심이었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 장관을 불러 “조직(LH)를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질타했음에도 불구하고 변 장관은 “자신의 경험상 정보를 몰랐을 것”이라며 재차 강조해 비난 여론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사태가 이 지경인데 참 뻔뻔하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했나” “그 발언이 진심이라면 사퇴하는 게 맞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변 장관에게 “투기에 둔감한 장관에게 뭘 더 기대하겠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변 장관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진심이냐’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변 장관은 “내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광명·시흥 신도시 검토가 언제부터였냐는 질문에 변 장관은 “내가 국토부로 온 게 12월 29일인데 그전에는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올해 1월부터 한 달 정도 검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런 답변에 “국민은 LH 직원들이 투기 정보도 몰랐는데 투기를 했다면 ‘신내림 받은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1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진 개발 계획이면 합동조사단 조사 시점이 왜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변 장관은 “그전부터 후보지로 관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간에 연구용역을 계속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변 장관은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 지난 4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정치권에선 변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다음 날 변 장관을 불러 해당 발언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 대표는 당시 “본인이 누구보다 먼저 조사받길 자청할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며 “추후라도 그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 되지 않는다.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훨씬 더 감수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른 당사자가 변창흠 장관”이라며 “장관은 사전에 그분들이 땅 사재기한 것을 알았냐? 알고 말씀하신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 장관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말씀하시기 전에 사전에 조사는 해봤느냐’는 심 의원 질문에도 “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본인들한테 조사도 안 하고 또 사전에 알지도 못했는데 그게 개발정보를 미리 안 게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변 장관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게 장관의 평상시 인식”이라고 지적한 심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개발정보도 미리 알지 못한 사람들이 무려 58억원씩이나 빚을 내 맹지‧농지 사고 쪼개기 하고 묘목 심고 또 지방 근무 직원들까지 원정을 와서 땅을 샀냐. 설명되는가? 장관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에, 그것도 집단적으로 나섰는데 장관이 ‘제 식구 감싸기’ 말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지적한 심 의원은 “민심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이렇게 투기에 둔감한 국토부 장관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변 장관은 “LH 직원들의 투기 행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친 것은 전적으로 내 불찰”이라며 “어떤 이유든 토지를 공적으로 개발하는 공공기관과 국토부의 직원이 투기를 해선 안 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다르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