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사적 이익 도구냐”… 3기 신도시 반대 목소리

입력 2021-03-10 07:00
5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열린 '시흥ㆍ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3기 신도시 지정을 반대했던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LH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불거진 적이 있는 지역들은 감사원 청구 등 단체행동을 고려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 창릉신도시 인근 지역주민 단체는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준비 중이다. 이현영 일산연합회 대표는 9일 “창릉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도면이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시흥·광명에서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면서 “3기 신도시가 사전정보를 이용해 LH 관계자들의 사적 이익을 채우는 도구가 됐다”며 감사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창릉신도시는 올해 상반기 중 토지보상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LH가 전문위원으로 채용한 영관급 퇴역군인 A씨는 2018년 3월 LH의 ‘고양권 동남권 개발계획서’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넘겨 논란이 일었다. 해당 문건은 당시 정부가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검토한 고양 원흥지구의 위치 및 입지 정보 등이 담겼다. A씨는 LH 신도시 담당 관계자에게 보고서를 건네받아 도면을 촬영해 개발업체에 넘겼다. A씨는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보상절차가 일부 진행된 하남 교산신도시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LH 하남사업본부에 공문을 보냈다. 위원회는 공문을 통해 “공직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진위가 밝혀질 때까지 지장물 조사 등 일체의 보상절차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공사 관계자들이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익 챙기기에 몰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보상절차를 강행하겠다면 절차를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강봉 대책위원장은 “LH 관계자들과 11일 만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선화지 보상 문제와 함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신도시 지정이 된 지역들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흥·광명 지역 주민단체들은 아예 신도시 지정 취소를 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안익수 전 광명시흥주민연합체 대표는 “신도시 지정 취소 등 공공택지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 반응이 많다”면서 “입장이 강경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는 시흥시 관계자 등과 차례로 만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다만 LH 직원과 공직자들이 연루된 의혹이 추가로 발견된다고 해도 신도시 지정 취소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급대책이 오히려 더 속도감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