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사망 최다 ‘끼임사고’ 절반은 수리·청소 중 발생

입력 2021-03-09 17:25

제조업에서 산업재해 사망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끼임 사고’는 주로 수리나 정비·청소 등 일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험 기계에 방호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도 큰 비중을 차지해 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9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4년간 제조업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는 27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리·정비·청소 등 비정형 작업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비율은 54.0%를 차지했다. 노동자가 기계 전원을 차단한 후 기계 내부로 들어가 수리하던 중 외부의 동료 작업자가 모르고 기계를 조작해 사망에 이르게 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비정형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형 작업이 훨씬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방호설비 설치 대상인 기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방호설비를 갖추지 않은 탓에 발생한 사고가 115건이나 됐다. 방호설비를 제대로 설치했는데도 사고가 난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방호설비를 잘못 설치해 사망사고로 이어진 것은 13건이었다. 방호설비 설치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이라는 얘기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끼임 사망사고 당시 사고가 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장비에도 방호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요일별로도 사망재해발생 건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금요일·화요일은 평균보다 사망재해가 많았고, 목요일이 가장 적었다. 또 금요일에는 젊은 노동자 사망이 많았고, 주말에는 고령자의 사망재해가 다수였다. 사업장 10곳 중 3곳에는 안전관리자도 지정되지 않았다. 김은아 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끼임 사고와 같은 재래형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산재예방 연구·개발을 통해 현장성 높은 정책 마련과 사업 추진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